설레었던 여름이 다가고 비가 마지막 농간을 친다. 나 가거든 끊고 남겨둔 발목을 쳐서 날려보내라. 오랫동안 두근되었으니까 누군가라도 내 흔적에 그런 태도라도 보이길. 

정류장에 앉아 눈 앞에 선 벽지처럼 자글자글 내리는 빗방울들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이런 일등석의 등장인물을 좋아하지. 비는 내가 사랑하는 영화에서 소리를 내는 유일한 배경이고, 자아내는 것 없이 자아낼줄 아는 명배우라서. 

다시한번 말하거든 구태여 끊긴 길에서 다시 한번 돌아서는 법이 필요나 할까? 막힌 구름이니까 앙상한 가지 꺼트리듯 꺾어 날리어 보내라. 비처럼 눈처럼 제기랄에 제기랄을 거듭해서 낳아온 것들 이니 보아 시간 떼어 놓기 좋아서 쓸모가 많다.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