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남기면서 떠난다>


모두가 그림자를 드리우지

모두가 다 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누구의 그림자인지는

모른다는 것


골목 입구에서 뒤엉키는 남녀의 그림자는

얽히고 섥힌 꼬리를 남기면서 헤어지는데,

어둠속으로 스며드는 열정은

슬픔인가, 아니면 환희인가

그림자의 꼬리와 꼬리는 서로를

넘보고 있지. 하지만 결코 완전히

사로잡히진 않아

누군가의 꼬리를 밟을 때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입술이 보인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건 분명한데

그 몸통에는 아무 입이 없고

보는 눈이 없지.


모두가 드리우는 그림자란

모두에게 덮히는 그림자인가

그 몸통은 그럼 소화불량이잖아

하지만 나는 도망가는 어느 그림자의

꼬리에 가시가 달린 것을 보았어

다시는 이쪽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 주인은 꼬리를 어둠속으로 숨겼지

누가 꼬리를 숨겼는지 보이지가 않아


다시 그것이 고개를 들 수 있기를 바라며

골목길 끝에서 울먹여야 할 것 같아

어둠의 꼬리 끝에는 아편이라도 달린 걸까

그저 단순한 수면제일까


꼬리가 잘려도 질주하는 몸통이란 있을까

누가 그 몸통을 밟는 걸까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자꾸만 울고 있어


나는 혼자야, 그 골목의 끝에서

계속 비추는 내 그림자에 사로잡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