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이란 말 한 마디의 한송이

향기가 구릉을 건넌다

말이 없이


나아가서 뒤태였던 것들이

모두 녹아가며

소멸된다


가시가 하나 있어

슬픈 낱말이야


주름진 한 사람의 

기름 낀 안경처럼


어찌 처연히 보고만 있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란히 서 있는

항구의

등대의 눈물이야


아무도 없는 섬에 

홀연히 사라지는 안개 속에

서 있는 등대의 빨간 띠같아


서있어서 슬프다

네가 서있어서 서럽구나


보드레한 손으로 만져줄 누군가가

너를 위한 한 문장의 한 봉지의 한 숨을

불어줄 누군가가 곁에 없어


한 겨울의 등대

너 귓바퀴는 한 없이 차갑고

또 가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