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잠들지 못한 밤,
끝내 깨어 있던 새벽이 나를 데려와
흐린 하늘을 건네주었다.

베란다에 나가 바람을 쐬다,
주차된 차 위 빗방울을 보고선
아직 비가 내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골목을 지나던 사람의 맨 어깨 위에서
이미 비는 물러난 뒤라는 걸 알았다.

너와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이제는, 빗소리가 들리면 네 얼굴이 쏟아진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며,
우리의 공통점을 들추던 네 웃음이 종일 머릿속을 헤집어 다닌다.

너도 내가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너 없이도 내가 끝내 살아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그런 망상에 닿는다.

네가 싫어하던 계절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네가 보고 싶었지만
이제 내가 널 대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여름을 싫어하는 일 뿐이다.

계란프라이 하나로 끼니를 때우다가
네가 남기고 간 대파를 떠올렸다.
울며 파를 손질하던 너의 손끝을 따라
나도 파를 썰어, 냉동실에 넣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너를 흉내 내며 살아본다.

—야,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약에 기대어 잠들고,
술에 기댄 채 흔들리며,
비 오는 날이면 모든 창문을 닫고.

어떤 마음이면
나를 두고 떠날 수 있었니.
원망이 아니다.
나는 끝내 궁금할 뿐이다.

몸은 자주 아프고,
약은 늘었지만,
나는 여전히 병원을 다닌다.
죽고 싶다는 사람의 행동은 아니겠지.

그 끝에는 무엇이 있니.
나는 바란다. 아무것도 없기를.
다만 네가 평안에 이르렀기를.
남은 내가 네게 짐이 되지 않기를.

엉망이 된 나의 새벽과 밤과 하루가
네게 닿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여전히 살아내는 법을 모르지만
살아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야,
내가 웃을 수 있는 모든 날들이
너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립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