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등성이 너머 있던 저 검은 점액은,

한 순간 삼라만상이

질척한 액체에 빨려들어가는 

뱃속에 있기 전부터 있었던 그 초월의 존재였다.


원래부터 그 변물 속에선 

모든 걸 삼키고 모든 생물체들을 무너뜨린다.

주변에 있는 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것들은 모조리 빨려 들어갈 뿐이다.


모든 사람들로 이루어진 저 검은 점액질은

내 신념도 유년 시절 바램도

살아숨쉬던 내 동경마저도 모조리

삼켜들고 모조리 흐트러진다.


그리고 여기 내 망상의 세계 속

모두의 비웃음에 멀리 떨어진 그 세계는

그 괴물의 횡포에 모조리 검게

널브러지기 마련일 뿐이니까


나는 저 괴생물체에 

빨려들어가야만 했다.

팔다리가 찢어지고, 몸 속 모든 선혈이 

어느 순간 터져 나올 즈음


그 어둑한 점액에 빠져서

모든 내 생각도, 모든 내 신념도

내가 가졌던 모든 망상마저도

삼켜지고 결국 잊혀지는 일은 다반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