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같은 날들이었다.
끝날 줄 모르는 폭우의 계절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유수를 만났다.

향을 피우고, 창문을 활짝 열어
습해진 공기를 큰 숨으로 들이마시고,
연거푸 담배를 물며 웃었다.

언젠가 함께 빗소리를 듣다, 잠에 든 적이 있다.
수면제를 먹어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던 내가
고요히 잠드는 게 신기하다며
자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고, 
유수는 말했다.

비 오는 날엔 전을 먹어야 한다며 웃었다.
배추전을 해먹자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 이제는 알 수 없다.

꿈결 같은 날들이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믿기 어려운
몽롱한 시간 속에 유수가 있었다.

너는 장마의 끝자락,
여름의 문턱에서 떠났다.

비 오는 날,
내가 그때 배추전을 해줬더라면
너는 그 여름을 견뎠을까.

알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걸,
언젠가 네가 떠날 거라는 걸
꿈을 꾸는 동안에도 의심치 않았다.

네가 죽은 것은
내가 발을 삐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한 번 크게 삐인 발목은 그 뒤로 수없이,
걸핏하면 부러질 듯 접질렸다.
너의 생도 그랬으리라.

유수야, 너는 내게 발목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발목을 접질릴 테다.
절뚝이며, 너 없는 여름을 실컷 미워할 테다.

장마 같은 날들이었다.
끝날 줄 모르는 폭우의 계절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유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