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7층 병동의 유리창, 커튼 사이로 청량한 햇빛이 스며든다.

아침인사는 토악질 나오는 약내음과 땀에 젖어 눅눅하고 냄새 밴 병원복이였다.

따스하고 포근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한가한 오후의 따스로운 햇살을 느끼고, 천천히 얼음띄운 시원한 보리차를 마시면서 즐기고 싶다.

...잠시 상상에서 깨어났다.

난 죽는다.

몇 명이 오고갔는지 모르겠는 칙칙한 색감의 침대와 십년은 되어 보이는 수납장, 옷장이 눈에 불쾌하다.

심난한 마음으로 침대 윗면의 천을 짚고 몸을 지탱하여 일어나길 한차례 시도한다.

아아,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빠르게 들숨하고, 침대 옆 사이드레일을 오른속에 포개 잡아 힘을 줘 일어난다.

분명히 찬란했던 보석은 시대가 지나도 빛이 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어째서 보석 같았던 나는 어찌 먼지와 흙이 뒤섞이고, 표면은 이끼 낀 어항이 되었는가.

한숨이 나온다.
머리에서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야멸찬 세상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고, 새들은 지저귀며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병원 사람들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허한 눈으로 사람들을 간병한다.

딱히 아쉬울 것도 없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조금이라도 해봤으면, 내가 잘 한다고 믿어왔지만 소홀했던 학업에 조금의 열정과 집중을 다했다면, 그거라도 해봤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내가 죽는다는 게 거짓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죽을리 없다. 분명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였으므로, 암은 결코ㅡ 의사의 거짓일거다.

그랬으면.

제발 그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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