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부르는 이






어느새 나는 불혹을 가까이 한 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사랑을 품고 있었고
내일의 나루터에서 이상을 타고 노니는데


지혜 깊은 강은 낚싯배를 띄우고
한가로이 동안의 젊음을 낚시하자 타이른다


불현듯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이가 있어
함께 하자면 괴로운
하지만 아리따울 것만 같은
소녀가 내 이름을 부른다


보리밭아!
보리밭아!


순간 당황스러워 나는
숨거나 물리치기 바쁜데
소녀가 또 이름을 부른다


보리밭아 보리쌀아!
나의 쌀이 되어 줘!


찾는 이 많아질까 두려워
더 깊은 은둔 속으로 가라앉길 염원했던 바,
곧 만들어질 추억마저 순식간에 뇌리를 거쳐
모두 흩어지길 바랐고


견고한 사랑이 쉽게 부서지길 원하는데
소녀는 너무나 가깝게 다가와서는


보리밭아 보리밭아
쌀을 주오 보리를 주오
보리밥과 쌀밥을 모두 내게 지어 주오


어두워진다 깜깜해진다

낚싯배도 나도 수심이 깊어만 간다

평생 은둔코자 했건만!



나는 소녀를 끌어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