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생명과학 연구소에 근무하던 과학자 윤은 윤리보다 연구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돼지 배아줄기세포에 이식하는 시도 끝에 돼지 인간을 만들었다.    


돼지 인간이 커서 소년이 되었을 무렵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과학자들의 폭로로 돼지 소년은 그 정체가 세상에 드러났고 과학자 윤은 본국송환을 앞두고 행방불명되었다   


소년은 돼지정도의 지능을 가졌다. 인간들은 소년의 처리를 두고 논의했다. 어쨌거나 소년은 인간의 얼굴을 한 돼지였다. 교육이 통하지 않았다.    


어느날 소년을 죽을때까지 보살피기로 한 후견인이 나타났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업가 앨론머스크였다. 그는 돼지소년에게 인간적대우를 해주고 주기적으로 그가 어떻게 살고있는지 그 과정을 공개하기로 했다. 인류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학에 대한 열정과 보편적 인류애를 지닌 그라면 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앨론머스크는 소년과 소통하기 위해 돼지를 공부했다. 그가  소년을 맡은 이후로 돼지는 더이상 베이컨으로 끝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  앨론머스크는 돼지소년이 사람과 있을때보다 돼지들과 함께 있을 때 더 밝은 표정을 짓는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에릭(돼지소년에게 앨론이 붙인 이름)은 돼지들이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않아요. 제가 거실에서 책을 보는 동안 에릭은 유리 사육장 안에서 진흙을 온 몸에 묻히고 바닥을 깁니다. 이게 일상이죠."


돼지소년은 자폐아도 지적장애인도 아닌, 그냥 돼지였다. 앨론머스크는 진흙으로 엉망진창이 된 그의 등을 새끼돼지처럼 쓰다듬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그의 인터뷰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앨론머스크가 에릭을 돼지처럼 대우하는 것은 학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앨론머스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가 에릭과 친해지기 위해 돼지사육장을 집 안에 들인 사실을 들며 반박했다.

어쨌건 앨론머스크는 돼지소년과 친해지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답지 않은 감성적인 접근이었다.


앨론머스크 자신은 대리모를 이용해 수십명의 자식들을 낳고, 정자를 부하직원에게 제공하는 등 생명윤리에 대해 개의치 않는 삶을 살아왔다. 철저히 무신론자인 그는 윤리를 배척했다고 함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이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자가 되어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발생하자, 여태까지 믿어온 모든 체계가 한순간에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 돼지소년이 나타났고 앨론머스크는 돼지소년의 후견인을 자처하게 된 것이었다.


앨론머스크는 전기자동차와 화성에 로켓을 보내는 인류 최첨단의 기술을 연구하면서 집에서는 맨발로 진흙을 밟고 돼지처럼 꿀꿀거렸다. 돼지소리를 흉내내는 그의 모습은 때때로 희극영화에 나오는 가장 비극적인 주인공 같았다.


돼지소년 에릭은 죽을때까지 인간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유전자 대부분이 인간의 것으로 판명되었음에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