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가 되기를 꿈꾸며






차곡차곡 실어 나른 매일의 열두 시간.

그렇게 적금 붓듯 10년이 넘도록 

피와 땀과 수명을 물류센터에 갈아 넣었다

내 전신을 단단하게 만든, 일로 다져진 굵지 않은 근육은

마치 이소룡 같았다



힘든 날, 즐거운 날, 사나운 분위기, 바빴던 분위기

모두 내 한 몸에 추억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머릿속은 아무 생각 없이 텅 빈 진공이 되어

집중력은 시공을 초월할 정도였다

가슴은 뻥 뚫려 호연지기를 느꼈고

막혔던 콧구멍은 박하향이 날 지경이었다

턱과 입술은 꽉 다물어 근엄하기만 했다



나는 나의 혼을 택배 상자에 담아 던져 버리기를 

하루에 수백 수천 수만 번.

내려놓고 던지고 다시 쌓곤 했다



이와 같이 짧은 10년의 시간 

한량없는 출근으로

인간이 아닌 택배권의 달인이 되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내게도 욕심이라면 큰 욕심, 대욕이 있었다

택배권의 창시자로서 타 택배사도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 대한통운 물류센터죠? 상하차 일을 하고 싶습니다

  경력자구요

  고혈압, 저혈압 없고요

  몸도 정신도 튼튼합니다

  출근이 가능할까요?


인력소장은 말한다


-네. 아저씨, 경력이 있으시다니 좋네요 

  010에 3650에 3650 본인 맞으시죠?

  오늘부터 출근하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고  불현듯 인력소장이 말하는

나의 폰번호가 계속 떠올랐다


 010- 3650 - 3650


 내 번호지만 끔찍했다

 365일을 10년 동안 만근하란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머릿속은 하얘졌지만

 가슴은 한바탕 웅장해졌다

 양 손의 두 주먹은 어느새 뜨거운 정열로 불타고 있었고

 온 몸에 긴장감이 파르르 맴돌고 있었다



' 대한통운마저 도장깨기 하고 나면 그 다음은 롯데다!'

 그 무렵, 나는 택배권과 계왕권 두 배로 

 이미 로젠에선 상하차의 달인으로 불리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