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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홧불


나는 누구일까

내가 무엇일까

내가 가는 길


다른 건 다 내 뒤로 사라져 가는데

햇님은 나와 함께 간다

다른 건 어둠 속에 자취를 감추는데

달님만은 나를 따라온다


달빛 아래 교교히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스치는 바람과 보폭을 맞추기도 하고


어제의 미인은 육신의 아름다움을 잃고서야

비로소 도 닦는 수행을 하는구나

그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삶의 무상함을 읊는구나


거친 바람에 곱게 풍화된 옛 아름다움은

이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길에 든다

스스로는 지난 날과 같이 아름답지 않으나

나를 거친 이는 필경 아름다워지리라


멀리 가는 길

멀리 건너는 길

간절히 찾는 길

진리를 구하는 길


부디 새겨 주소서 당신의 기억이여

나의 늙음으로 인하여 눈빛에 힘이 다 하고

창 밖에 안개 낀 산천만이 푸르게 푸르게

남았을 때


부디 기억해 주소서 당신의 마음이여

난간에 맺힌 투명한 이슬방울이

아무도 보지 아니한 새벽녘 한 바람에

또르르 굴러 떨어져 어딘가로 흩어지듯

내 영혼도 그와 같이 어디론가 외로이

떠나가야만 할 때


此岸에 나의 더러움 아닌

밝은 희망을 남겨 두고 떠났으면

彼岸으로 끌리는 나의 그림자

더 이상은 두렵지 않았으면


멀리 봉홧불이 치솟아 오르는 게 보이느냐

저 불은 누구를 부르는 다급한 신호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