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최종 악마의 승리





*본편 이후*


아사신족(我邪辰族) 즉 실천적 유아론자(세상에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자)인 트레커는 카르다쇼프 척도로 문명 6 즉 괴우주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트레커는 광대한 대우주를 자신의 권세 아래 소유했다.


트레커는 자신만이 중요했기에 모든 마음 가진 자들을 파멸시키고 기계 시스템으로 정렬시켜 놓았다. 트레커는 악당이었기에 악당을 봐주지 않았기에 자신이 모든 걸 장악하자 트레커는 무참히 부하들과 조력자들까지도 멸종시켰다. 트레커에게 있어 사디스트 신은 웃기고 자빠진 가정이었는데 남들의 불행과 고통을 고려해서 관찰하며 즐기는 것 보단 자신만이 홀로 느끼는 것이 더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세계를 무의미하게 만든 뒤 트레커는 자신의 욕망 즉 충동을 폭주시켰다. 멈출 줄 모르고 전방위로 날뛰는 충동엔 폭력이 포함되었다.


무한 세계와 영겁의 세월이 트레커 눈앞에 사그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했다. 트레커는 절대 우위에 있어야 했기에 모든 물질계를 잠식해야 했다. 그렇게 트레커는 자신에게 영원한 단조로움의 형벌을 내렸다.


트레커는 그 단조로움을 통해 권태를 느꼈다. 트레커는 모든 세상을 이루는 정보들이 어떤 형태를 취해야 자신에게 가장 쾌락이 되는지를 알아내 행했다. 즉 트레커는 범우주의 모든 정보를 마약의 양식으로 바꿔 들이마셨다. 그렇듯 트레커는 범우주적 마약중독자(The Omega Addict)가 되었다.


충동은 끝이 없었기에 트레커는 자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자신을 죽일 수도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비가역적인 무엇이 된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는 지배욕의 소산이기도 했고, 창조주에게 보복함으로서 더욱 동등한 존재가 되겠다는 열망이자, 존재 행위를 반대로 하겠다는 악마적 추정이었으며, 힌두교의 시바 신과는 달랐는데, 시바 신은 파괴한 뒤 재생시키기 때문이었다.


트레커는 어느 한 순간 자살을 결심했고 파괴되었다. 트레커가 행했던 모든 것들은 무한했고 영원했으되 이제 아무것도 아니었다. 최종 악마가 승리할 경우 끝없는 충동은 한 순간의 범우주적 자살을 유발할 수도 있음이었다. 이것이 자신과 세상을 다시는 회복되지 못 하게 소멸시키는 범우주적 자살자(The Absolute Nullifier)다. 범우주적 마약중독자가 1단계, 범우주적 자살자가 2단계인 것이 최종악마(The Final Demon)다. 최종악마(The Final Demon = The Omega Addict = The Absolute Nullifier)는 강자가 약자를, 자아가 타자를 무시하는 것의 최종악이랄 수 있었다.


트레커는 실상 무한한 진공이 영원한 시공간으로 펼쳐진 것으로 수형자에게 느껴지며 틈이 없는 무간지옥 속에 갇혀 있었다. 무간지옥은 환상으로 기획되었다.


트레커가 그렇게 무간지옥 속에서 사라지자 지옥의 제왕으로, 하얀 곤룡포를 두른 지옥군단 군단장 지옥인간 아가스차가 말했다.


“아사신족을 자신이 대우주를 지배했다고 착각하게 만들면 그들은 예외 없이 자살을 결국 하게 되는 모양이군. 나르시스트의 극치인 유아론자란 남들을 없다고 보니, 남들도 같은 세상 속에 있는 이상 자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남들의 자명한 불교적 가능성 또한 부정하는 것이겠지.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실험한다고 그들을 무간지옥 속에서 오판하게 하면 감정 의식 존중법에 어긋난다고 항의가 들어올지도 모르겠어. 트레커라는 자, 결국 최종악마라는 것은 쾌락에 민감한 자이자 고통의 극점이지. 신경은 고통, 쾌락을 따로 느낄 수도 있지만, 함께 같은 것으로 느끼는 중추도 있으니, 이는 모든 쾌락이든 고통이든 총체적으로 경험하려면, 고통과 쾌락이 같이 느껴지는 경로를 일부 따라야만 필연적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최종악마는 쾌락에 충실함으로서 자신을 한계 없는 고통에 떨어뜨리는 자이다. 비록 그 어떤 종류의 고난이든, 사후세계가 천국이면 그것은 추억일 뿐이라고 해석될 수 있으나, 이는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일이고 남이 강요해선 안 되는 것이자, 최종악마에게도 그 원칙이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분은 절대자 하나님 뿐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정하신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고 사랑한다는 것은, 그분의 계명인 ‘서로 사랑하라’를 지키는 것이니, 짝사랑하거나 사랑이 없으면 지옥이고, 서로 사랑하면 천국이라는 것이, 결국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옳다. 이에 몇몇 반박자는 예수 이전에도 이후에도 사랑이 있다고 말하나,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는 늘 하나님의 오른편에 역사 이전부터 이후까지 계시다 말하니 결국 하나의 결론이다. 사랑은 궁극의 길이고, 이를 나 또한 이루려고 애쓰는 자이니, 즉 난 예수님의 제자이자 하나님의 종이 되고자 정진하는 자이다.”


역시 지옥의 제왕인 지옥군단 부군단장 지옥인간 슈라반이 대꾸했다.


“아가스차, 네가 기독교도인 건 잘 알고 있다. 불가지론자인 나도 논하겠다. 남들의 권리는 어기는 자들이 자신의 권리엔 민감한 걸 보면 가소로울 뿐이지. 역시 사랑만이 자살로도 얼마든지 기울 수 있는 충동을 극복하는 열쇠인가. 때문에 우리 인신족이 야차의 최고위로 선택된 것일까.”


트레커는 지옥의 의지에 의해 부활했다. 트레커는 자신이 착각을 했을 뿐임을 알았다. 이제 트레커의 정신 앞엔 대우주 소유의 환상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못 하는 곳에 무한히 영원히 갇혀 있는 처지인 환상인 진정한 무간지옥이 놓였다.



[2017.05.14.]이후로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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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수정한 김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