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을 당한 후 영염은 열하의 별궁으로 떠나기 전까지 한 달을 황궁에 머물렀다. 그는 매일 밤 붓을 잡았으나 종이에 남긴 것은 더 이상 홍루몽 별기 같은 이야기나 빼어난 궁체 시가 아니었다. 붓은 종이를 찢을 듯 괴이한 선들을 그었고, 시랍시고 적은 것들은 하늘과 땅의 구별이 사라지고 세상의 모든 사물이 고통 속에 해체되는 듯한 광기어린 울부짖음 뿐이었다.
"소리 없는 쇳소리 창자를 태우네 / 단단한 흙을 씹어 보아도 / 혀에는 썩은 꿀의 잔해 / 홀로 우는 거문고"
그러더니 이마저도 끊고 그는 궁궐 담장을 넘어 저잣거리를 배회했다. 비단 도포 대신 해진 무명옷을 걸치고 술꾼들과 어울리며 황실의 권위와는 멀리 떨어진 낯선 삶의 냄새를 들이마시는 나날이었다.
황제는 노심초사 끝에 청나라의 화타 엽천사 대감을 은밀히 불렀다. 엽 대감이 보니 그의 손목 아래 느껴지는 맥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으나 마치 끊어진 현처럼 미묘하게 불규칙했다. 엽 대감은 한참을 더 머뭇거리더니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마의 병환은 기혈의 순환 문제가 아닙니다. 소신이 보기에 이것은 깊은 울화가 맺혀 독화로 변해버린 것이옵니다." 엽 대감은 바닥만을 응시하며 들리지 않을 듯한 목소리로 고했다. "이 울화가 심을 태워 마음의 창을 뒤틀리게 했으니 이는 약재로 다스릴 수 있는 병이 아니옵고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영혼이 스스로 끊어낸 것으로 보이옵니다."
이후 영염의 기행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어느 날부터 그는 스스로를 조현이라 칭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세상의 모든 현이 낼 수 없는 진실의 음률에 홀로 조율된 자신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는 궁궐 안에 있던 건장한 씨름꾼이나 힘 좋은 무사들을 불러 연인처럼 곁에 두었고 밤새 가무와 주사를 즐겼다. 황제는 문무를 겸비한 군자를 기대했던 아들의 모습에 통곡하며 가슴을 쳤다. 그러나 가장 참담한 광경은, 영염이 모두가 듣도록 외치는 그 한 마디였다. "나는 이제 비단과 금수가 아니라 똥을 즐긴다." 그는 문예의 성인이자 황제로 촉망받던 황실의 모든 격식과 명예를 스스로 부수며 쾌감을 느끼는 듯했다.
"아바마마, 세상 모든 것은 결국 똥의 부산물입니다. 똥으로 돌아갈 것을 어찌 이리 슬퍼하십니까."
황제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에 날로 쇠약해졌고 혀가 말린 벙어리처럼 말을 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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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쇠심줄을 삶아 먹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