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노래 부르는 은하영, 디아블로2






*본편 중간*


"뭐야, 정은택 씨, 디아블로2 또 해?“


물인간 은하영이 정은택의 방에 노크하더니 불쑥 들어 왔다.


정은택은 죽어서 괴우주에 있는 저승에 온 사람이었다. 괴우주 중에서도 인신족 관리 아래 있는 황천으로 잡혀 와서 사후 세계를 생전의 가장 좋은 몸 상태로 시작해서 누리고 있는 중이었다.


정은택이 은하영의 허리를 붙잡아서 PC 앞에 앉히고 PC 게임의 하나인 디아블로2의 게임 캐릭터인 아마존의 99 레벨로 로그인을 시켰다.


“은하영 씨, 장비 맞춰 놨으니까 같이 돌자.”


“응, 정은택 씨.”


정은택이 은하영을 부를 때마다 하는 건 디아블로2 밖에 없었다. 각각의 지구들에서 디아블로2가 개발되었을 경우의 그들 죽은 괴우주 전체의 디아블로2 유저들이 가끔 접속하는 괴우주 배틀넷이라서 인원수가 어마어마해서 정은택은 정말 좋았다.


정은택은 디아블로2의 아마존이 지구 배틀넷에서는 순간 이동을 할 수 없을 때 죽었지만 지금 그가 즐기는 괴우주 배틀넷에선 패치가 되어 아마존이 순간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은하영도 아마존으로 순간 이동을 하면서 정은택의 캐릭터와 놀아 주었다.


은하영이 그러면서 곱고 깨끗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정은택이 군대에 있었을 때 즐겨 들었던 개신교 찬송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정은택은 은하영이 그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했다. 정은택은 환생이나 초문명 승급 같은 건 관심 없고 디아블로2를 하고 싶어 해서 그러고 살았다. 정은택은 다른 지구에서 개발된 게임들도 일부는 곧잘 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물인간 은하영은 정은택이 그러는 걸 존중했고, 언젠가는 다른 존재가 되어서 괴우주 파라탐 초문명의 자원 수급 시스템에 더욱 도움이 되는 길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말은 일절 안 했다. 정은택이 살던 지구 보다는 훨씬 자원이 여유롭기 때문에 은하영은 그런 태도를 가질 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개인에 대한 강요는 초지능 단일 전체주의 체제로 가는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고, 개인의 자율성을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은하영에게도 정은택은 답답해 보였다. 그러나 인신족의 법도를 은하영은 염두에 두었다.


무한 세계라면 세상 보다 신이 먼저가 아니라도, 더욱 쉽게 절대적 무한 너머에서 신은 나타날 것이다. 세상의 법이 지켜지고 있는 건 신의 뜻일 수 있고, 그러다하면 신이 세상을 존중하기에 규칙을 해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은하영은 인신족답게 생각했다. 신이 자율성을 해친다면 그대로 세상은 바뀔 것인데 그러면 어떤 경로로 흐르게 될 것인지도 신은 굳이 변화시키지 않아도 전지전능하니 알고 있을 터였다.


정은택이 은하영의 배를 만지려고 하자 은하영이 쳐냈다. 은하영이 말했다.


“주책 부릴래요?”


“이 봐 인신족 아가씨. 인신족도 인류의 성욕, 신체욕, 정신욕을 모두 정교하게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들이 인신족의 수많은 계보들 중하나라면서, 왜 그 짓을 나한테 안 해줘.”


“정은택 씨에게 할당된 안드로이드 가지고 하지 그래? 난 그런 쓰임새가 아니야. 내가 왜 그 안드로이드를 늘 쓰지는 못 하도록 하고 있을까? 당신이 너무 쾌락에만 탐닉하면 스스로 약해질 뿐이고 그건 용납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은하영은 정은택을 정감 있는 태도로 대했다. 은하영이 보기에 정은택은 인신족이 추구하는 한 도리인 ‘영원한 일상’을 살고 있을 뿐이었다.


정은택이 말했다.


“은하영 씨가, 절대자 하나님은 없음마저도 사랑하시어 무한 세계로 구원하고 싶어 하신다는 신앙을 갖고 살아서 다행이야.”


“뭘 그래, 정은택 씨. 나도 세상을 관용하시는 하나님 앞에선 그저 평범한 도깨비야. 디아블로나 잡자고.”


디아블로는 디아블로2의 한 보스로서 에스파니아어로 ‘악마’라는 뜻이다.



[Fin]


[2020.09.27.]이후에도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