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나의 생일.
하지만 난 특별할 것 없이 안방
바닥에 널브러진 이불 위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편안함에 그만 잠에 들뻔 하다
갑자기 전화기가 미친듯이 울렸다.
그리고 화면 속,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을 본 순간, 난 그만 의문을 느끼고 말았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내 뒷자리에서
꾸겨진 종이를 던지고,
가끔 가다 내 뒷통수를 때려
따갑게 만들며, 날 괴롭히던 같은 반 얘였다.
하지만 난 당혹감도 잠시, 전화가 계속 울려 마지 못해 받아버렸다.
그러자 들리는 말은 심히 생소했다.
친구들끼리 놀러갈테니 생일상을
거하게 차리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난 꽤나 어안이 벙벙했다.
집안에서도 돈을 아끼려 열지도 못했던 생일 잔치를
갑작스레 친구들과 열게 된다는 것이니까.
난 자그마치 약속을 한 친구가
날 괴롭혔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채
한껏 가벼워진 몸으로 엄마에게 달려가
생일상을 차려달라고 냅다 부탁했다.
엄마는 나보다 더 놀란듯 했다.
입이 귀에 걸린 엄마는 서둘러
생일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일상을 차린 후
엄마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생일상을 보니
평소엔,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만 먹는
배달음식.. 밀가루 음식.. 그리고 촛농이 살짝 떨어졌던,
촛불을 방금 붙인
조각케익이 상에 차려져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촛불의 열기는 꽤나 달콤했다.
어쩌면 조각케익처럼..
그러나, 시침이 정해진 약속 시각인 6시를
가리켜도,
문 너머로 친구들의 발걸음 소린 절대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건 오직 정적 속 촛불이 힘겹게
타고 있는 소리 뿐이였다..
그렇게 시침은, 7시.. 8시..를 향해갔고
촛불은 내 한숨에 꺼진지 이미 오래였다.
그 와중에 정적을 깨는 건 내 전화벨 소리
엄마가 잠시 휴식을 취할 때 걸은 전화.
반갑게 나를 맞이하는 엄마의 간드러진 웃음소리
하지만, 차마 생일상을 차려준 엄마의 심정 때문에
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시끌벅적하게.. 온 동네가 소란스러울
정도로 재밌게 놀고있다고 말을 건넸다..
엄마도 전화기 너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걸 분명 눈치 챘을텐데..
엄마가 급하게 한 제육볶음을 한 젓가락 떴다.
왠지 어딘가 싱거운 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흘린 눈물이 그릇 안에 들어가
간은 대충 맞춘 것 같다.
항상 싱거워보였던 우리 엄마의 음식이
이제야 간을 맞춘 거 같은 느낌은..
친구들이 오지 않은 덕분일까?
아니면, 싱거운 제육볶음을
그대로 친구들과 먹는 게 더 나았을까.
그저 오늘의 생일 잔치는
반 친구의 장난이었지만,
괜찮다.. 엄마의 제육볶음이 더욱 짭짤해진다면..
엄마의 밥상이 더 완벽해질 수만 있다면..
싹싹 비워 양념만이 가득한 그릇 안을
보고 지긋히 미소 지을 엄마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허기진 배는 얼마든지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눈물을 닦아줄 엄마는 옆에 없는듯 하다.
난 혼자 스스로 내 눈물조차 못 닦는 놈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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