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승리했습니다.

삶이라는 이름의 적은 올해도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심장박동이 그 증거이며, 새로운 해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그 트로피입니다.

억겁의 시간 앞에서 한없이 무의미한 존재인 우리의 패배는 필연적입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생명이 다 할 때 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겨울의 살을 베는 추위는 우리의 신체가 살아있단 증거이며,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는 우리에게 아직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남의 비통함은 우리에게 인간다운 감정이 있음을 의미하며,

조금 더 잘 해줄걸 하고 후회하는 마음은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있음을 뜻합니다.  



나는 마냥 행복하기만 한 새해를 원하지 않습니다.

내가 살아있고, 내가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걸 뼛속까지 느낄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평생을 자유롭게 살아온 자는 자유의 가치를 알지 못하며, 평생을 부자로 살아온 자는 돈의 소중함을 알지 못합니다.

결핍이 가져오는 괴로움, 상실이 가져오는 비통함,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의 행복,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말로 설명 못 할 그 감정.

긍정적인 감정이던, 부정적인 감정이던, 이 모든 것들이 나 역시 하나의 사람일 뿐이며 감정을 가진 존재라고 외칩니다.

무감각의 시대에 조난된 나는, 기술과 기계의 시대속에서 인간미가 말소되어가고

타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로 얼룩져가는 우리 사회속에서, 그 혐오와 증오,분노조차 희로애락의 일부일 뿐이며 우리의 각양각색인 모습중 일부일 뿐임을 우리가 알았으면 합니다.

나는 좌절하고 싶습니다. 고통스럽고 싶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고 싶습니다

좌절과 고통에 몸부림치고 신음하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기쁨과 행복에 미소지으며,

수렁과 굴레를 극복하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증명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고통이 얼마나 당신을 괴롭게 하였고 비참하게 하였는지는 내가 감히 추측할 바가 아니기에,

따뜻한 방안에 앉아서 '당신들도 고통스럽길 바랍니다' 같은 말은 하고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에게도 인간다운 삶을 살 기회가 찾아오길 빌겠습니다.  




나는 12월 31일을 일년의 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덮칠 수 있는, 삶과 번뇌라는 마수와의 새로운 라운드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승리해왔습니다. 지금 뛰는 심장의 박동이 그 승전보를 알리는 북입니다.

저항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앞에 기어코 나의 신체가 무너지는 그 날까지,

나는 이길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이길수 없음을 알기에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입니다.

삶의 마수와의 저항에서 이기지 못하고 기권을 한 자들을 위해서라도, 기권을 하고싶어하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수많은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