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이 짙어지는 밤, 하늘은 여전히 하얗다.
노을이 불태우고 간 세상, 불씨가 꺼진 신문지처럼 어떤 생명력도 없다.
바닥에서 말을 잃어가던 그것이, 마지막으로 남기려 했던 유언은 무엇이었을까.
드높은 허공으로 부유하게 된 영혼은, 붙잡을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마지막 의지를 빼앗기기 싫어했다.
온기를 잡으려 하면 차가워졌고, 향기를 낚으려 하면 매연이 되어 허파를 긁어버렸다.
당연히, 목소리는 없었다. 이미 말하기를 포기해버렸다.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단지, 어떠한 지식도, 감정도, 지혜도, 숨결도 담기지 않은, 손톱만큼의 잿가루 빼곤.
그렇다. 잿가루에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부드러웠다.
손가락을 모아 문지르니, 그마저도 녹아 없어졌다.
이것이 마지막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저는 이 세상에 남지 않겠습니다.
이 세상에 저를 남기지 않겠습니다.
그저 자유로이, 세상 속에 묻히겠습니다."

깨달았다. 아니다, 아직도 이해 못 한 것인가.
모래 위에 묻은 그을음은, 발걸음 한 번에 다른 모래와 함께 묻혀버렸다.
옷자락에 남아있던 잿가루도 미약한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밤은 잿빛이다. 하늘은 어두워졌다.


반 년 만에 홀린 듯이 짧게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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