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
프린팅이 벗겨진 옷,
못 입는 청바지를 물려받고.
노란장판 위에 줄선
바퀴를 털어낸다.
비어 있는 방의 모서리가
누렇게 들떠 있고,
아무도 쓰지 않은 자리에
누운 바람을 벗으로
달동네의 채우지 못한 하늘과
쏟아내리는 별,
지나간 바람조차
붙잡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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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장례
향이 피어오른다.
하얀실이 허공을 핥고,
비어버린 빈소에서
하염없이 향을 심는다.
나는 끌려온 빈객이오.
완장에 메인 상주이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헌화뒤에 숨어
찾아올 아침이 두려운 망자였으며
허공을 수놓는 흰선으로
얼굴을 가려버린 도망자다.
누가 죽었냐 하니
푸른 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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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花
씨앗도 남기지 못한 채
시든 자리에는
이름 잃은 향과
식어가는 빛.
온기만 남아
찰나의 계절에
꽃이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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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부모는 하해와도 같아야 했다.
나약한 자신을 뒤로한채,
새끼에게는 젖을 물리고
손에 음식을 쥐어줘야 했기에.
아버지의 너른 등판에 바다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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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어른은 쉽게 울지 않는다.
가뭄을 겪은 논밭과도 같을까.
그렇진 않다.
깎여나간 바위에도
이슬은 고이고,
파인 마음속엔 심해가 자리잡는다.
파도 치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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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부서지지 않는다.
꿈은 부서지지 않는다.
차라리 부서졌더라면
말끔히 쓸어버리고, 다음을 꾸었을거야.
질척거리는 잔재만 남아
달라붙은 껌처럼 긁어내도
얼룩은 없어지지도 않는다.
차라리 부서졌더라면.
얼룩진 자국만이
한때의 찬란함을 증명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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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바람도 마주하지 않을 거친 품.
부서져내리는 햇살과
찰나의 들꽃을 피우고
시든 비마저
그 품에 자리를 남긴다.
해마다 같은 자리로
햇살은 돌아오지만
예정된 새순의 종말에도,
가시는 더 깊어질 뿐
봄의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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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쌓이긴 했는데
더 잘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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