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나는 왜 사는걸까
죽어서 사후세계에 가든 그곳이 무의세상이든
아무렴 어떻든 상관이 없었다.

나는 태어났을때부터 고아였다.
부모 없이 자라 왔지만 주변에서는 착하다는 말도 듣고
성실하다는 말도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뭔 의미가 있을까?
착하게 살던든나쁘게 살든 죽어서는 원점일텐데.
윤리가 질서를 위해서라면 제법 납득이가지만 그렇다해서
죽었을때 무언가 달라지는것은 없을것이다. 그저
똑같은 죽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터였다.

남성.  24세.
가스 폭발사고로 인해 사망.
원인은 가스 누출 및 점화로 인한 가스 폭발.

작은 반지하 주택.
음주운전 하던 차량이 가스 배관을 부수고 하필 운이 나쁘게 점화.
그 이후는 스펙타클하였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의미 없었다.
비록 비굴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주인공이 됐다는 착각에 빠져 살았았다. 그러나
나의 인생은 의도치 않은 우연과 단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끝나 버린것이다.

허무하다면 허무한 결말.
인생이란 무대를 펼치기도전 그 사전준비 단계 부터
무대는 막을내렸다.

하늘에 원망하고 기도하느니 차라리
앞으로를 흐름에 맞기리라 다짐하고서는
세상에 소리치리라.
나는 이제 여기에 없다고.

.....근데 죽어서도 의식은 있는건지
..감각이 느껴진다.
.죽지 않았나?

...
눈을 떳을때 반기는건 나를 이세계에서 가장 먼저 반긴건 태양
이었다 눈부실정도로 밝은 태양.
그아래 작은 풀밭에 드러누워 어버버 하고 있는것은
분명 나일것이었다.

몸이 나의 몸과는 다르다는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목소리 또한 나의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제일 궁금했던 것은 내가 멀쩡히 숲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이 사후세계..?
그렇다기에는 너무 자연스럽지 않아?
진짜 자연이라고 여기는.. 풀밖에 없는.."
라는 생각이 나타날때

찬란한 바람이 머릿결을 스치며 한올 한올 느껴지는
감각이 내가 살아있을을 일깨워 주었다.
주변에는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아름다움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 만큼은 나도 주인공이라 생각이 들게끔.

그러다 복잡한 생각들이 멀리 퍼져나가 보이지 않게 되고
본능만 남아 의식마저 희미해질 지경이었다.

그런 나는 본능적으로 자연을 걸었고 원하는곳을 따라 이동할뿐이었으나 누군가가 나를 안내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넓은 자연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나에게 꺼졌던 활력을 가져다 주었고 아름다운 감상을 허락하였다.
마치 박물관을 거닐듯 주변들을 관찰하며 본능이라는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다 저 멀리서 사람이 보였다.
우연이라면 우연이고 아니라면 아닌 그런 만남이었다.

자연이라는 이름의 박물관은 나에게 안내를 끝냈다는듯
자취를 감취었다.

나는 힘껏 메아리가 울리도록 소리쳤다.
ㅅㅅ!!!

그저 정말 본능에 의한 소리.
인간이기 전부터 가지고 있을 짐승의 본능.
생존을 위한 열정이 울창한 숲속을 메아리 치며
떨렸다.

그러자 멀리있던 사람이 소리를 듣곤 화들짝 놀라
당황하다 소리의 의미를 파악하고서는 신경질이 났는지
큰소리로 외치었다.

"어떤 새끼야! 누가 장난질을 치는거야!! 잡히면 가만 안둘줄 알아!"

이 소리 또한 울창한 숲속을 메아리 쳤으나 그 소리 뒤엔 작은 떨림이
있었다.

우린 서로를 빤히 바라다 보았다.
그 순간 누군가는 의문과 분노를 느꼈고
또 어떤 누군가는 아무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방금전 까지는 나를 위협하며 큰소리 까지 친 장본인 일테지만.
본능에 의한 소리는 실로 어마무시했다.

본성을 잠재우고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게 해주는 강력함이 담겼다.

그러다 이내 멀리서 있던 사람이 생각을 멈추곤
소리치며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라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상한 지팡이를 들면서 무언가를 외치더니
갑자기 빛나는 섬광이 나의 귀를 스치었다.

금세 나의 귀는 뜨거워 졌지만 상태확인 보단 좋은 선택지가 있는것
같았다.

그때야 잘못 됐다는걸 깨달은 나였다. 그러곤 우리 둘은
달리기 경주를 시작하였다.
이기면 살지만 지면 필히 죽을 터였다.

가장 원초적인 본능.
생존 본능이 일어났다.

몇십분은 능히 달릴수 있었을 것 같았다.
생존 본능은 체력 허접인 나에게 초인적인
체력을 선사해 주었다.
그래서 엄청 달렸다. 아주많이.
무사히 따돌렸다 싶을 쯤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내 뒤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달리기를 이기고 싶은 열정 만큼은 가히 칭찬해 주고 싶지만
지금은 지겨울 뿐이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런 이에게 나는 행동으로 보답하듯 더 빨리
전력질주를 하며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며 외쳤다.
"죄송합니다!!ㅠㅜ..ㅡㅡ살려주세요으ㅡㅡ 아ㅏㅏㅏㄱ!!"

2
그렇게 정신 없이 달리느라 나는 눈앞의 위험 마저 보지 못했다.
어디선가 튀어나온 묵직한 털손이 나의 몸통을 후리며
나의 몸은 그대로 반갈이 나며 옆 나무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나의 몸을 후린건 뿔이달린 야생 곰이었다.
몸이 거의 두동강 날뻔했지만 다행히 붙어 있긴했었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생각한것도 잠시 그생각 마저 후회하게 만드는
엄청난 고통의 반동이 나의 몸을 강타하였다.
울부 짖으며 흐느끼고 싶어도 아무소리도 낼수 없었다.
그저 나뭇잎사이의 하늘을 쳐다보며 입을 떡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느껴지는건 고통뿐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하였다.

그때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사방으로 피가 흩날리며
사방으로 털 과 살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끔찍하다 생각이 든것도 잠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고통이 줄어들고 마음이 평온해지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몇초간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것 같았다.
그러나 그후 부터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심지어는 스스로 의식을 잃을수 있는 감각마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초록색 빛이 비치더니 이번엔 팡하고 나의 몸에서 큰진동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더이상 느껴지지 않을거라 생각
했던 고통이 다시 돌아왔다. 감격스럽지만 달갑진 않았다.

그러더니 다른 감각들도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긴장되고 무서운 기분도 들었으나 하얀빛이 들어오더니
마음마저 안정되기 시작하였다.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하기도전에 옆에서 큰소리로 누군가 쩌렁쩌렁
소리치기 시작했다.

주변은 여전히 아름다운 풀숲으로 가득했고 역시나 살아있다는 느낌을 줬다.
멍청이 어쩌구.. 댓가 저쩌구..소리와 함께
옆을 슥하고 바라보니
고귀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하얀머리의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하얀 고깔모자에 하얀 로브..

몸에 하얀걸 두르는걸 좋아 하나 생각이 들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빨간 눈동자.

화나보이는 인상..?

아니 그냥 화난게 맞는것 같다.

감각이 점점 복구되어가며 옆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더 세세히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법사 얀님을 추잡한 말 따위로 농락하며 희롱하여 들다니!"

"너를 고히 죽게 내버려 평온함은 선사하니 차라리
살아 있음을 한탄하며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며 처절한 비명과 고통속에서 평생을 나에게 바치게.."

자신을 얀이라고 소개한 소녀를 보자 떠오른 말은
"우왕 이쁘당"

".. ..아니 진심으로 그런생각이 먼져 들어?"
얀은 어이없다는듯 나를 쳐다보며 몸을 비틀었다.

처음에는 이 짐승을 애완동물로 키울 생각아었으나
자신의 판단에 의심이 가기 시작한 얀이었다.

그저 얀은 누워서 띨빵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짐승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을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생각중일때

짧은 목소리가 하나 튀어 나왔다.
"넹."

지금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말투였지만
왠지 자신도 모르게 정말 참다 참다 튀어나온 말인것 같다는게 더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그저 헛웃음만 나올뿐이었다.
정상적인 판단이 힘들었다.
곁에 있는것 만으로도 멍청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싶은 순간이 몇초도 안되서 계속
뇌리에서 번쩍이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공격형 마법을 시전했지만 죽을 정도 까지는 아니고
화상정도만 입는 수준의 마법을 시전했을뿐인데 혼자 기겁하며
도망치고.
그러다 곰한테 후려맞아 죽을뻔하고..

분명 치료도해줬을텐데..

얀은 마법이라는 분야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자신이 있었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두번째로 자신의 마법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 이었다.

치료마법에 하자가 있었나.. 으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의 상태를 보면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러다 그녀의 모든 의혹을 종합적으로 표현해줄수 있는
문장이 단 하나 떠올랐다.

"너 뭐하는 새끼냐..?"

"..아 저는"

"아니 조용히해. 이거부터 답해봐. 그런말은 대체 왜 말한거야?"

"뭐요? ㅅㅅ?"

"우ㅜㅜ와ㅏㅏㄱㄱ 하지마! 말꺼내지 마ㅏ 하지마 아ㅏ"

"..섹"
반사적으로 올라가는 얀의 팔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ㄱ..ㅖ 여행 하고 싶다 하ㅏㅏ.."

몇번의 대화 이후.

"그니까 대강 알거같다. 그냥 너가 멍청하다는거잖아
본능 마저 억제 못하는 개허접 버러지.."

"..그런가?"

".. 너가 인정을 하면.. 하.. 아니다. 그냥.. 가"

"..."

"..저기 여기 근처 마을 있는곳 알아요? 안내해주실수 있어요?"

"...."

...................40분후

얀은 불쌍?한 짐승새끼를 무사히 마을 까지 인도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자.. 저기로 쭉가면 마을이야. 저기로 가면돼. 알겠지?"

"넹 ^.^ 감사했습니다."

비록 짧은 인연이었지만 얀에게 있어 동물을 키운다는게 어떤
느낌인지를 확실히 와닿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그 경험에 의한다면 얀은 다시는 동물따위 키우지 않을 거라 다짐할
터였다.

"..가라니깐?"

그는 몇발자국 가더니 우뚝 멈춰 그자리에 서있었다.

"야.. 뭘그리 뚫어지게 쳐다보냐?"
얀은 그에게 다가가며 그의 시선이 있는곳을 향해 까치발을 들곤 쭉
바라보았다.

마을은 붉었다.
미칠도록 붉었으며
그곳에는 사람들 더미가 한가득 이었다.

누군가는 그 앞에서 시체들을 불로 태워 처리할 준비를 하고
그 옆에 있던 사람은 아직 살아있는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며
잔혹 하게 사지를 분해시키고 있었다.

가히 그 모습은 충격적이라 맨눈으로 쳐다보면 미치는 병이라도 걸릴것 같았다.

얀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또한 죄책감 마저 들었다..
............
얀의 원래 이름은 얀이 아니다.
얀이기 전부터 불렸던 그녀의 첫 이름은 마법 이었다.

그녀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초월적인 존재로서 태어났으며 특별한 이능을 부릴줄 알었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자신에게 특별한 힘을 준 신에게 감사하며 생명들을 돌보는 일을 하였다.

특별한 힘을 본 인간들을 그녀를 신으로 추앙하였다.
인간들 사이에서 그녀를 마법으로 불렀으며.
그것이 그녀에게 처음 주어진 이름이었다.
마법은 인간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독립에
영향을 주었고 자신의 의미 의 대하여 방황하던
마법에게 주체로서 존재할수 있게 해주었다.
처음으로 마법이 자기자신으로서 존재할수 있게 해준 인간에게
고마움을 느낀 마법은 자신의 힘을 인간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마법은 인간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멍청한 인간 또한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 마법이라는 힘이 얼마나 과분한지.
인간들은 특별한 힘을 자신을 위해 사용했다.
서로를 죽이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급급했으니
결국 인간들 사이에서 마법은 인간들의 나라를 멸망 시키기에 이르렀고 인간들은 마법을 증오하며 마법에게 책임을 물었다.
마법은 죄책감에 자신을 증오하였다.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사람들은 마법을 "얀"이라고 불렀다.

살인과 멸망이라는 의미의..

얀은 인간을 볼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얀은 인간들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곤 자신의 죄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자기 자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영원히 속박시키었다.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모습은 상징이었다.
......

다시 떠오르는 그날의 일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들이 겹쳐보이기 시작하자
저또한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듯
하였다. "내가 저렇게 만든거야." "나때문이야.." "내가 잘못한거야..."

그때 그녀의 귀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자신의 옆에있던 짐승이 내는 소리였다.

짧고 간결했다.
"와 무섭다."
건성이었다.

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런 모습을 보고도 감상에 빠져 있다니?
감탄이나 할때인가?
저런 마을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감상평을 남기는게 정상인가?

얀은 그 인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화난 기색이 가득이었다.

얀은 당황스러웠다.
대체 왜 저인간은 화를.. 분노를... 저런 감정을 느끼는지....

본인은 저런 모습을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질듯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궁금했다.

이 인간은 앞으로 무슨 행동을 할건지.

......

나는 그광경을 바라보며 무섭기 보단 화가 났다.

저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누군지는 난 잘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확실히 안다.

저 시체들도 그들만의 삶이 있었으며 저렇게 허무한 모습으로
낭비가 된것이다.

나도 그렇게 죽었다.

허무하게 의미없이.

마음이 무너질것 같았다.

아무생각 없이 굴기로 했다.

마음 한켠이 시려왔다.

그런데 저들은 나와 다르지 아니한가?

남에게 그것도 우연이 아닌 목숨을 강탈 당한다는 사실과
그들의 시체들은 마치 쓰레기가 되는 듯한 모양이

기분을 언짢게 하였다.

저 시체들 앞에 서있는 녀석들은 죽은 사람들이
무슨 심정인지 이해를 했을까?

적어도 나는 죽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진 몰라도
공감할수 있었다.

그들의 기분이 얼마나 비참할지..

상황은 이미 끝났다.

아무리 내가 저상황에 끼어들어 난입해도 시체 한구가 추가 될뿐이란걸.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들도 아마 곧 허무해질것이다.

그러나 허무하질 않길 바라고 싶다.

이것은 내가 두번째로 죽음을 대하는 자세일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지만 내 옆에 있는 소녀는..

특별한 능력을 쓸줄 아는 이 소녀는..

할수있지 않을까?
...
(글 읽어본 경험도 적고 국어를 잘하는것도 아니지만
정말 글이 좋아져서 글이 써보고 싶었음 글을 방치해두는게
아쉬워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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