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습니다. 약을.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 약이 제 삶을 짓누르는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지워줄 것이라고,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약은 저에게 우울함뿐만 아니라 행복함, 분노,

더불어 저의 하루를 가져갔습니다.

제 인생을, 제 삶을 통째로 가져가 버렸습니다.


남들은 연인과 사랑을 하고 친구와 우정을 나눌 터인데,

저는 약에 찌들어 무기력함과 몽롱함에 취해

저를 그저 짐승만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너무 저 자신이 싫습니다.


그런 마법 같은 약으로 하루를 지우고 나면

저에게 있어 오는 것은

일어나서 소변을 보고 담배를 피우고 물을 따를 동안 오는

30분의 맨정신뿐.

하루 중 23시간 30분은 저는 제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젊음을 불태워 청춘을 살아가고,

청춘을 불태워 미래를 구매할지언정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단약 1년 차, 저는 저의 우울함과 안락함에 취해

술과 담배를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마십니다.


정신을 찾기 위해 붉은 선율을 그려내고,

담배를 미친 듯 피워내도

저에게는 안락함, 미래에 대한 공포만이 남을 뿐입니다.


그저 하루하루가 괴로워, 너무나 미치도록 괴로워

정신이 반쯤 나가면 그냥 거리로 나가고 싶습니다.


바퀴벌레 같은 저는 저의 둥지에서 나가고 싶습니다.

바퀴벌레마저 번식을 할 터인데,

번식조차 못하는 저는 바퀴벌레보다 나은 점이 없습니다.



저도 압니다.

한심한 것을, 비참한 것을, 비루한 것을, 괴로운 것을.

하지만 무서울 뿐입니다.

그저 그뿐입니다.


내일은 바꿜거라 다짐하며 잠에듭니다.


바꿀기회는 이미지난간지오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