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를 닮은 사람을 알았던 적이 있다
어쩌다 봤는데,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불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때때로 하는 일 없이 촛불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으니까
그녀는 언젠가 세상을 전부 불태워 버리겠다고 말하곤 했다
이미 다 타버려서 남은 것도 없는 주제에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거지만 그녀는 재가 아니라 불을 닮았다
언젠가 내 세상을 전부 태웠던 그 불을 지독하게 닮아 있었다
내 작던 3평짜리 세상을 불지르고 절망 같기만 했던 잿가루만 남긴 그 불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내 절망을 닮은 그 사람이 내가 죽는다면 불에 죽었으면 좋겠다던
조용한 그 말이 기뻤던 것은
난 이제 잘 모르겠다
왜 그 사람을 보고 잿가루만 생각했는지
그 사이에 아직 죽지 않은 불씨가
그 사람이 남긴 말이
아직 한밤중이던 내게만은 그토록 찬란했는데
화겁(火劫)
불로 세상이 멸망한다는 불교적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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