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야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서히 암전하는 해질녁 파란 하늘 아래, 넓은 도시에선, 퇴근하는 사람들과 자가용의 붉은 불빛들로 분주해진다. 일과를 마치지 못 한 건물들이 거리를 밝히고, 가로등이 한 그루 씩 합세하면 저녁은 낮보다 밝아진다. 고민은 까맣게 잊은, 본능 따라 귀소하는 현대사회의 동물들, 눈을 반 쯤 감고 잠자코 차례를 기다리는 신호등 앞의 인파. 그것은 인간이 아닌, 공장이 찍어낸 인형더미 같다. 개개인의 지성은 소멸하여 누군가가 코딩한 대로만 움직이는 듯 하다. 인파 속에 개인이란 없다. 모두가 거대한 숨결의 파도 속에 떠밀려 간다. 건물들의 불빛이, 하늘의 뜨거운 어둠이, 시내의 소음이 더욱 짙어진다. 서로 자기 자리를 과시한다. 대비가 뚜렷해지니 속은 더욱 역해진다. 밤은 깊어지고, 거리는 더 어지러워진다.
스치는 인파 속에서 조용히 흘러간다.
한 걸음 밟을 수록 어둠은 발 밑으로 스며든다.
시내는 냉전을 멈추고 다음 날을 기약하며 수그러든다.
어깨에 부딪히는 사람들도 차츰 사라진다.
몇 걸음을 밟았는지, 거리엔 구역질 나는 가로등 불빛만 남아있었다.
밤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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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
가로등이 구역질난다는 표현이 좀 센 것 같아요 요즘은 회식에서 술 많이 마셔서 길가다 토하는 그런 문화는 아닌 것 같아서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