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대로 살 만해
내 시는 한참 모자라고
나는 내 시보다 모자란 사람이란 걸 깨우쳤지
시를 짓고 수필을 써보려 하지만
찌그러진 커피캔은 내 글이 밉상인 듯 쳐다보고
명필가들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간드러진 글을 쓰는데
사실 난 찌그러진 표정으로 얄궂게 소 닭보듯 쳐다봤지
얼결에 자칭 비급 시인이 됐건만
비급 시도 에이급이 못하는 웃음과 해학을 주잖아
정신병 걸린 듯한 디오게네스처럼
극과 극을 동시에 지닌 자석 같은
내 몸과 정신 상태도 그런대로 견딜 만해
진리가 나를 자유케 해서
온전한 깍두기랄까
설 날엔 세배도 건너 띄고 차례도 무시하는
자유로운 영혼 같은 종갓집 장손이야
나는 왕도 되고 깍두기도 되니까
삶이 조금 창피한 대로 살 만은 해
아직도 시인인줄 알고
촌스런 글을 정말 촌스럽게 잘도 쓰고
자랑도 하곤 해
오래 신어 빛바랜 양말도 닳도록 신을 만해
네이비색 고정으로 벌써 십수 년은 같은 옷을
입고 다녀도 늠름해
이웃 사촌을 보면 인사 받지 않는 어르신께도
잘만 인사해 또 보면 또 인사해
그저 명랑소년처럼 살고 있으니까
나는 어린 왕자니까
수필도 아니고 시도 아니고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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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