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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록 양장을 입은 신사를 사랑한다.
신사는 악착같이 뿌리를 뻗어, 잎을 내고, 어차피 못 피울지도 모르는 꽃을 피우고자 쉴 새없이 달려간다.
끝없이 달려간 밭이라는 황야에서 오아시스는 없다.
신사는 꽃이 피기 전에,
가장 들키기 싫었던 모습으로 현현한다.
질투조차 하기도 전이었다.
마지막엔 누가 씨앗을 틔우는지조차.

파는 공장에서 겉옷과 함께 피부가 벗겨진다.
나는 여기 있다고 아우성을 쳐 봐야 들리는 소리는 물소리.
처음 보는 무색무취의 감옥에 발이 부유한 채로 실린다.

신사는 춥고 어두운 곳에서 기다린다.
기다릴 수 있는 것조차 암전된 곳.

젊은 신사의 온 흔적은 흙과 함께 차가운 구멍으로 떨어진다.

가장 보여 주기 싫었던 흉터에서 죽어 가는 단물이 나온다.

이제, 조용히.

어서 오렴, 국물이 잘 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