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백호의 전설

코에이에서 나온 삼국지 시리즈
게임을 하면 나는 플레이할 군주로서
유비 현덕을 고르곤 했다
그리고 제갈량에 빙의하여 게임을
플레이하곤 했다

그런데 내 친구 중 하나는 어디서
잘 들어보지도 못한 군주였던
엄백호를 골라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인간으로서 컴퓨터와 겨룰 때
심각한 핸디캡을 갖고서 시작한다는
의미였을까 그 친구는 게임을
나보다 한 차원 높은 발상으로
플레이하는 것 같았다

그 영향을 받아서일까 나는 이후에
마주한 인생이란 게임에서 핸디캡을
가지고도 승리하는 것을 꿈꾸어보기도
하였다 그것이 꼭 헬렌 켈러의
삶과 같진 않더라도

내가 간난신고격의 이름을 바꾸지 아니하고
고집하였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이름자가 가리키는 운명이 신산고초라 하여도
그 이름자를 달고서 결국엔 이겨내리라
하는 겁없는 오기같은 것이 내게 있었나 보다

전란의 시절 천하통일을 유비가 이뤄내기보다
엄백호가 일구어낸다면 더욱더 전설적인 일이
되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