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문득

세상은 이토록 고요한데

나만 홀로 깨어 있는듯 하였다.


세월은 나를 비켜 흘러

머리 위로 수없이 지나갔건만

내 발은 아직

내 방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였구나.


야망은 많았지만

이룬 것은 한낱 그림자에 불과하였고

손에 쥐었다고 여겼던 것들은

돌아보니 모두 안개뿐이었다.


성인이 되어 뒤를 돌아보니

분명 길은 있었으나

그 위에 남은 발자국은 희미했고

앞을 바라보아도

가야 할 곳조차 끝내 보이지 아니하였다.


비나이다.


나의 안개를 걷어주시오

앞이 아니라

나 자신이 보이도록.


나의 그림자를 없애주소서

밟고 선 땅이 아니라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을.


더 바라지 않겠나이다

다만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 하나만

남겨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