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안하고 찔러본 DM 다음날 만나자네
내 인생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보고
먹을거리를 싸 들고 힘차게 모텔로 향하네
그녀가 손깍지를 하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니
이 세상 주인공이 나요 개선장군처럼 위풍당당해지는구나
천지신명 조상님이시여 감사합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더니 이 날을 위해 살아 온 것이렸다
하지만 환희는 짧았고, 환각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그녀가 건넨 음료수 병의 뚜껑이 경쾌하게 열릴 때만 해도, 그것이 내 생명의 마개를 뽑는 소리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하고 달콤한 액체. 그 뒤에 숨겨진 비릿한 약품 냄새를 눈치채기에 내 심장은 이미 분에 넘치는 설렘으로 마비되어 있었다.
"오빠, 이거 마시고 좀 쉬자."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위풍당당하던 개선장군의 발걸음은 갈지자로 꼬였고, 천지신명이 도우셨다 믿었던 행운은 지독한 저주가 되어 시야를 갉아먹었다. 조상님이 주신 기회라 여겼던 그 방의 침대는, 순식간에 차가운 제단으로 변했다.
혀가 말려 들어가고 사지가 내 것이 아닌 듯 굳어갈 때, 나를 끌어당기던 그 다정한 손깍지는 이제 내 주머니와 가방을 뒤지는 서늘한 약탈자의 손길이 되었다. 사랑을 속삭이던 입술 대신, 무거운 침묵이 방을 채웠다.
편의점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샀던 콘돔은 뜯기지도 못한 채 바닥을 굴렀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던 인생의 문구는, 모텔방의 조잡한 벽지 위로 흩어지는 비명이 되어 스러졌다.
벽면의 TV에선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나,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고립된 심연 속에서 서서히 꺼져갔다. 위풍당당하던 개선장군의 마지막은 그렇게 이름 모를 약물에 절여진 채, 단돈 몇만 원과 맞바꿔진 초라한 고독사였다.
그것이 내가 온 힘을 다해 달려간 환희의 끝이자, 이름 모를 약물이 빚어낸 가장 처참하고 적나라한 종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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