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지극히 평범한 36살 김정식씨의 하루" 입니다


36살 김정식씨의 하루는 어느 흔한 대형마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챗바퀴 굴러가는듯 흘러가는 햄스터의 그것과 분간하기 힘들만큼 일관적이지만 계획적인 그 시간안에서 뒤바뀌는것 하나없이 묵묵히 지나가만 가는 어느 30대 직장인의 하루와 다를바 없는 평범함의 반복입니다. 오전 6시 30분,  아직도 전날의 고된 노동활동의 피로함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지친 몸을, 하늘이 찢어져라 울리는 휴대전화의 알람소리에서 맞춰 간신히 겨눠 휴대전화에서 울려오는 무작위적인 유럽풍 클래식 음악에 맞춰 일어났을때 정식씨는 몰려오는 졸음을 뒤로하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5평 남짓한 서울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정식씨의 작은 원룸의 소재지 근처에는 한국에서 그 흔하다는 편의점도, 또는 서울에 그렇게 많다고 일컬어 지는 지하철 역 하나조차 가깝게 자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북악산과 남산이 만나는 산둥성이의 끝자락에 지어진 상식씨의 원룸은 상식씨의 외롭고, 춥고, 가난했던 정식씨의 고달픈 20대를 함께 보내준 오랜 친구와도 같은, 정식씨의 굴곡진 서울상경기를 함께한 그동안의 여정들의 수록집과도 같았습니다. 


 20살이 되던 새해 이른 나이, 정식씨가 청소년에서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 발돋움하던 인생의 전환기격인 시기에, 정식씨는 어머니를 여위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항상 정식씨 인생에서 일정부분 이상을 차지했던 농삿일은 정식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소년 정식씨가 매년 수확철에 작고 털털거리는 트랙터위의 운전석에 앉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본 성실하고 근면한 중년의 일과가 아닌, 아직 다 자라나지 않는 시골소년으로써의 모습만 가득했던 정식씨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농삿일은 드넒고 노르스름하게 펼쳐진 호남의 지평선을 말동부로 삼으시던 춘부장의 송글송글 맺힌 구슬땀에서, 더넓은 세상으로, 드넓은 이 세상의 세계로 나아갈 꽃같은 젊음의 개화기를 갓 맞이했던 엣된 청춘, 젊음이 주는 삶의 생동감과 여름날의 꿈같던 온갖종류의 소망들로 가득찬 젊은날의 추억들로 가득해야 했던 정식씨의 십대를 아버지의 그것의 연장선상으로 늘어놓아 가려고만 했습니다. 아버지는 모종을 심는법에서 시작하여, 괭이를 쥐는법, 날씨를 살피는법, 트랙터를 모는법, 나아가 아버지가 인생을 살면서 터특한 일련의 지혜까지 정식씨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 어떤 훼간을 놓으려고 하였던 것일까요, 몇해가 지나고 마침내는 정식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된 정식씨의 19살, 시골의 여느마을에서 일평생을 보낼수도 있었던 엣된 소년 농사꾼의 운명은 아버지의 애처러운 곡사위로 울려퍼졌던 어머니의 장례식과 함께 정식씨의 집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 해변가에서 유유적적하게 흐르던 만조와 간조의 너울과 같이 넘실되며 정식씨의 인생을 마을에서 멀리만, 멀어지게만 떨어트려 갔습니다.


시간은 이제 6시 35분, 고작 5분이 지났을 뿐이지만 갓 꿈속에서의 방황을 끝낸 천근만근과 같은 정식씨의 정신상태로써는 고작 5분 조차도 먼 옛날 고대 중국의 성현들이 도를 닦는데 수행한 시간들 만큼 때마침 저 멀리 들려오는 고철, 가전제품 수거 트럭의 확성기 소리와 더불어 너무나 긴 고행으로 느껴지곤 합니다.때문에 매 초, 매 순간마다 눈꺼풀에 느껴지는 무거움은 정식씨의 출근길을 힘겹게만 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벌어지는 이 짧막한 분투들은 부분적으로 왜 정식씨가 커피머신을 3미터 폭 남짓한 거리로 메트리스 건너에 놓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트리스에서 커피머신 까지의 짧은 여정은 시간의 절대적 길이에 비해 정식씨가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다섯걸음, 그 짧디 짧은 보폭의 간격사이에서 정식씨는 하루의 일과를 나열해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다보면 눈깜짝할새 이러한 여정들은 곧 끝나있곤 합니다. 이때 눈꺼풀을 짓눌려오게하는 졸음의 공격과, 정식씨를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일상속 하루 일과의 작은 사건들은 보통 코를 자극해 오는 그윽한 커피원두의 향과 함께 정식씨에게 목적지에 도달함을 알리는 순간적인 깨달음을 주곤 합니다. 


정식씨는 최근 이태리의 많은 미식가들은 아메리카노를 커피의 아종이라고도 취급하지 않는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유럽의 문화의 도읍지라는 옛 로마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그 명성때문일까요? 이태리 사람들은 오로지 에스프레소, 즉 최소한 한 방울의 정수물도 본인들의 커피에 허용하지 않는 방식의 제조법으로 달여진 커피만을 진정한 커피라고 여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년의 스타벅스로의 발거름과 정식씨가 주변동료들부터 받는 무의식적인 영향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정식씨의 손가락을 에스프레소 추출버튼에 다가가게 합니다.

경쾌하게 달그락 거리는 원형모양의 플라스틱 원두가리개 소리가 머신안으로 갈려들어가는 원두들의 소리와 어우러져 한편의 전주곡을 연주할때 잠깐 고개를 내려서 확인한 시계속 비쳐지는 현재의 시각은 6시 42분, 여전히 7시 30분의 새벽 버스 출차 시간과는 간격이 있었습니다.


혹자는 자투리 시간의 몇십초가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순간들이라 주장합니다, 혹자는 그 의견에 그닥 동의하지 않거나, 오직 옅은정도의 미적지근함만을 보일수도 있습니다. 단 두개의 선택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이 강요당하는 상황이 아니고서얀, 평상시 정식씨는 쉽사리 자투리 시간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정식씨가 자투리 시간을 잠깐의 두뇌속 신경 도파민의 활성화에 중독되어 지속적으로 낭비를 반복하느냐 뭍는다면 그것은 또 아니였습니다. 메트리스에서 대각선으로 정확히 90도를 이루는 위치, 정식씨의 배개가 주로 놓이는 위치에서 몇 보폭쯤  떨어진 자리에 위치한 책장한켠 가득찬 자기개발서적들과 먼지가 쌓인 외국어시험 기출문제집등이 이를 증명합니다. 모든걸 다 제쳐두고 봤을때 정식씨는 결국엔 직장인 이였으니깐요. 20대 젊은날의 성공에 대한 열망도 잠시 30대에 접어들고 직장에서의 안정을 찾아가던 정식씨에서 있어 자기개발이란 직장에서의 업무를 제쳐두고 읽어야할 일종의 유희생활로 전락한지 오래였으니까요. 방안을 이리저리 휘젓던 눈동자들의 방황도 잠시 드디어 달그락 거리는 커피 원두의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쪼르륵 거리는 물방울의 아랫방향으로는 고열의 액체의 움직임과 더불어 액체가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머신의 받침대 부분에 놓여진 도자기컵의 원통형의 입구를 주위로 뿌옇게 흩뿌려진 머신의 열기가 만들어냔 새벽녘의 안개가 수놓아져가고 있었습니다. 카카오로 의심이 될정도의 불그스름한, 하지만 동시에 표출된 물줄기 중심의 연갈색의 색감은 몇결의 지질층결의 윗부분에 위치할 법한 구황장물 혹은 피복작물의 빛깔을 자아내었습니다. 


정식씨가 머신에서 떨어지는 몇가닥의 물줄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 들려오던 가전제품 손수레 혹은 트럭 운전기사의 확성기 소리는 도로의 반대편 너머로 사라져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