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취미로 처음 쓰고 있는 소설의 중간 부분인데 피드백을 위해서 이 부분만 때왔습니다. 비판과 피드백, 비난까지도 환영입니다. 부디 이제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이 뽀시래기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인반스그라흐트의 가장 모퉁이에 위치한 경찰서는 마치 탑과 성벽을 연상하게 하는 중세적 분위기가 가미된 절충주의식 양식의 건물이었다. 오랜 세월 매연과 빗물에 얼룩진 붉은 벽돌 건물은 원래의 색을 잃은 지 오래였고, 뾰족하게 솟은 철제 지붕은 찌푸린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로웠다. 해가 들지 않는 우중충한 날씨 탓에, 2층 수사과의 틈 벌어진 블라인드 사이로는 대낮임에도 창백한 백색 전구의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빗기를 머금어 한층 더 육중하고 삭막해진 건물 입구 처마 아래에는 억눌린 차가운 아침 공기를 폐부로 들이마시며 담배를 태우는 형사들의 실루엣이 어른거렸고 노야는 모자를 눌러 쓰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서 안은 밖과 달리 그녀의 생각보다 혼잡했다. 이상할 것은 없었다. 전쟁이 끝난 지 막 사흘이 지난 후였기에 여러 사건 사고가 무더기로 접수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노야가 혼잡스러운 경찰서 안을 이리 저리 시선을 돌리며 관찰하던 중 앞에서 한 경사가  그녀를 지목하며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노야는 경사가 있는 경찰서 메인 로비의 카운터로 다가갔다.

, 저는 서장님을 찾아 되러 찾아 왔습니다만...”

...? 여인..?!”

멀리서 봤을 때는 영락없는 신사의 복장이었기에 당연히 노야가 사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사는 가까워질수록 나타나는 미인의 형상에 적지 않은 당황감을 표출했다.

거참... 스타일이 특이한 아가씨군요...”

경사는 흥미로움과 언짢음을 동시에 담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는 아랫입술을 입 안으로 밀어 넣고는 그녀를 위, 아래 번갈아 가며 관찰했다. 그는 속으로 분명 저 신사식 복장은 고귀한 부잣집 아가씨의 이상한 취향일 것이라고, 분명 그녀가 부모의 속을 많이 불 태우고 있는 존재일 것이라 확신했다.

“...서 안이 꽤나 분주하군요. 활기 찬 느낌은 아니지만요.”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그녀의 말에 경사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격하게 흔들며 말했다.

말도 마세요! 전쟁이 끝나고 벨기에랑 독일에서 어찌나 사람이 쏟아져 나오는지... 도시가 난민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억양을 보니 영국인 같으신데, 아가씨는 모르시겠지만 그놈의 트룰스트라 사건이후 사회주의 조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라는 정부의 지시 덕에 우리 형사들은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지요!“

순경의 신세 한탄을 듣던 그녀는 점점 본론에서 이야기가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그에게 다시 한 번 더 자신이 찾아온 이유에 대해 말했다.

...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무튼 전 서장님을 찾아 되러 왔습니다만, 혹시 부재중이신지..?”

서장님이요? 혹시 서장님의 지인이십니까...? 서장님께 아가씨 같은 지인이 있으시다면 서 사람들에게 여태껏 언급을 하시지 않으셨을 리가 없을 텐데요...?”

노야는 경사가 의심의 초임 단계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특이한 복장의 여인이 갑자기 바쁜 경찰서에 찾아와 대뜸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서장을 만나고 싶어 하는 상황이 보편적임과는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었다. 때문에 노야는 의심이 깊어지기 전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냈다.

전 영국군 중위이자 노스웨스트 잉글랜드의 남작가의 여식 노야 펠레네라고 합니다. 저는 존경하는 주 네덜란드 영국 대사 워터 로우 경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해서 친애하는 라암포르트 경찰서의 서장님께 긴히 전해드릴 말이 있어 찾아뵈어야 하니, 부디 말씀 좀 전해주시지요.

노야는 신분을 밝히며 거짓을 함께 섞었다. 헌데 그 거짓 안에 언급된 거물 인사의 이름에 경사는 눈을 몇 번 깜박 거리며 귀를 자신의 의심했다. 그는 그녀가 건네준 신분증을 보더니 노야를 다시 올려다봤다.

... 알겠습니다!... 혹시 저쪽 테이블에서 차라도 한 잔하며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경사는 제정신을 차린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왼쪽 팔로 그녀를 응접할 곳을 가리켰다.

영국인이라면 차는 언제든 환영이죠.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노야는 가슴 쪽에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경사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싱겔그라흐트 수로의 전경이 보이는 경찰서 1층 안 쪽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며 30분 정도를 기다리고 있던 노야에게 아까 그녀를 응접했던 경사가 그녀를 다시 찾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가씨, 서장실로 모시죠.”

노야는 다 마셔 비어버린 찻잔을 뒤로 하고 경사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서장실은 3층 복도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방이었다. 경사는 앞장서서 서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서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와.”

서장의 허가가 내려지자 경사는 문을 열고는 노야에게 마치 웨이터처럼 정중하게 그 안으로 안내했다. 그 후 문을 닫고 그는 문 밖 복도에 남았다.

그래... 아가씨가 그 대사가 보낸 군인이라고요? 여자가 군인이라니... 참나... 그 대단한 대영제국도 어지간히 급박했나 봅니다?”

숱이 적은 검은 머릿결 속 중간 중간 흰색 빛이 감돌고 있는, 거칠 짧은 수염을 가진 거구의 중년 남성은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제복 위 여러 훈장들을 달고 있었다. 그는 들어온 노야를 보지도 않은 채 신문을 보며 그녀에 대한 아니꼬움을 숨기지 않았다.

“7.7mm 탄환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죠.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리고 그건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딱히 달리지지는 않습니다.”

그녀의 반박성이 담긴 답변에 서장은 코웃음을 치고는 보던 신문을 접고 책상 위에 내던지 듯 내려놨다.

, 그건 확실히 그렇지요.”

그는 그제 서야 그녀를 제대로 응시했다. 경사에게 미리 듣기는 들었지만 그녀의 복장은 참으로 개혁적이고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인을 본 서장은 신선한 놀람과 언짢음, 그리고 분명 수상함에 대한 의심이 공존하는 표정과 눈빛으로 바라봤다.

노야는 익숙하다는 듯 수첩장과 신분증을 건넸다.

영국 육군 정보국의 노야 펠레네라고 합니다. 신원 소재 하나 파악을 했으면 좋겠군요.

... 아무리 영국 정보 당국이라도 대놓고 정보를 요구하다니요... 저는 무엇보다 윗선에서 전달 받은 바가 없습니다만

서장은 그녀의 신분증을 보면서도 나타내는 의아함과 거만한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노야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치고 나갔다.

포티스라는 성을 가진 남자를 찾고 있습니다. 저희 측에 들어온 첩보에 의하면... 독일 측... 첩자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습니다. 부디 친애하는 이웃으로써 양국간의 정을 봐서라도 부디 호의를 배풀어 주셨으면 하는 대사님의 바람입니다.”

노야는 자신의 과거의 신분을 팔아 경감이 납득할만한 소재로 속이려 했다. 하지만 이는 희박한 도박까지는 아니었다. 서장이 설령 그녀를 믿지 못하여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도 영국 대사는 노야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친분이 있었다. 1916년 그녀가 로테르담에 잠입했을 때 맡았던 임무가 그의 호위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서장이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도 대사는 그녀의 신원을 보증해줄 것이 분명하였다..

경감은 의아함을 떨구지는 않았지만 군 수첩장이 거짓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남장에 가까운 차람새는 자세히 마주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전문성을 가졌기에 영국 정보 당국의 사람이라는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라 판단했다. 여성이 저런 복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분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의심을 절대로 거두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대사관의 협조 공문서를 가지고 와야 정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사관 협조 공문서는 어디에 있죠?”

한시가 급한 상황이기에 아마 대사관에서 협조 공문이 나올 틈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이건 어쩌면 거의 대사님의 개인적인 부탁에 가깝죠. 전 그분의 대리로 나온 것뿐이니.”

끄음,,, 대사관 협조 공문이 없으면 힘듭니다.”

서장은 점점 아까와는 다른 태도로 바뀌고 있었다. ‘대사라는 단어를 통해 노야는 명백히 외교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정 못 믿겠으면 대사관에 연락을 해보세요. 대사께서 저를 보증하실 테니.”

노야는 서장을 압박하듯, 마치 실수하지 말라는 늬양스를 보였다. 현재 국제 정세 상 영국은 네덜란드에게 있어서 철저한 갑이었다. 중립을 자처 했다지만 사실상 독일의 숨구멍 역할을 해온 네덜란드에게 해상 봉쇄까지 단행하며 압박했던 것이 영국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전쟁 중 네덜란드 외무부를 밥 먹듯이 찾아와 협박하던 존재가 현직 영국 대사였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서장도 물론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이번 일이 어떤 파장을 만들어 낼지 알 수도 없었다. 순간 이에 식겁한 서장은 눈을 질끈 감고 고민을 이어가더니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기다리시죠...”

또 다시 30분이 조금 지났을까 경감이 어떤 파일을 들고 다시 자신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찾았다. 서장은 낮게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서류를 하나를 그녀의 앞에 내놓았다.

... 현재 암스테르담에 거주 중인 포티스라는 성을 가진 남성은 한 명 뿐입니다. 한스 포티스죠, 영국계 네덜란드인인데, 2년 전쯤 영국으로 넘어갔다. 1년 전쯤에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왔더군요. 현재 요르단지구에 거주 중입니다.”

서장은 한숨을 푹푹 쉬며 서류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노야는 건네받은 서류를 읽으면서 그의 브리핑에 집중했다

, 흥미로운 점은 아내가 한 명 있는데 현재 실종 상태로 신고가 들어와 있더군요. 그 이름이...”

그레타 포티스인가요?”

... , 맞습니다.”

그는 자신의 입에서 나와야할 정보가 그녀의 입에서 먼저 나오자 당황에 그의 제스처와 몸짓이 순간 멈추었다.

노야는 이곳에서 얻고자 했던 정보를 수집하는데 성공하자마자 지체 없이 새로운 얻은 단서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좋아요, 완벽하군요. 협조에 감사합니다. 양국의 우애의 앞길이 앞으로도 평탄하길 바랍니다... 물론 서장님의 앞길도 말이죠.”

노야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악수를 건네었다.

... ... 감사합니다. 대사께 말씀 좀 잘 전해주시지요...”

그는 그녀의 손길에 응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장을 뒤로하고 노야는 그가 건넨 서류에 적힌 한스의 주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