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은 울지 않는다. 적어도 쉽게는. 그래서 더 차갑게 보인다. 우리는 상실을 떠올릴 때 흔히 오열과 붕괴를 기대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얼굴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이미 한 번 무너진 뒤, 더 이상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표정. 그것이 이 시대의 상실에 가깝다.

‘상실의 시대’가 개인의 비극을 다룬다면, 라미란은 그 비극 이후의 시간을 연기한다. 눈물이 지나간 자리, 감정이 증발한 자리, 말 대신 침묵이 놓이는 자리. 그녀의 연기는 격정이 아니라 잔향이다. 크게 흔들리지 않기에 오히려 오래 남는다.

비치처럼 냉정하다는 말은 무심하다는 뜻이 아니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만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 파도는 치지만, 깊은 곳은 조용하다. 라미란의 얼굴도 그렇다. 겉은 담담하지만, 그 아래에는 설명되지 않은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보며 울지 못한다. 대신 조용히 따라 식는다. 감정이 폭발하지 않고 서서히 가라앉는 순간, 상실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라미란은 그 현실의 온도를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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