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왔다.


의사는 내가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에 일기장을 내밀었다.


“일기 한번 써보는 건 어떠세요?”


일기라니.

살아갈 계획도 없는데,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받았다.

어차피 끝낼 거라면,

마지막으로 남길 말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2026년 2월 27일


나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


그날 밤, 베란다 위에 섰다.

난간은 생각보다 낮았고,

바람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무섭지는 않았다.

그냥, 오래된 생각을 정리하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안 들리게 하려고 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뒤를 돌아봤을 때

엄마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슬리퍼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로.


그 다음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난간이 흔들렸고,

누군가 나를 세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떨어졌다.


공중에서 눈이 마주쳤다.

엄마는 무슨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안도였을까.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하얀 천장.

소독약 냄새.

기계가 울리는 소리.


의사는 말했다.

엄마는 나를 끝까지 안고 있었다고.


그 덕분에

나는 살았다고.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누가 누구를 살린 걸까.

그리고 그게 정말, 살린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엄마는 나를 끌어안은 채로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나는 아직 숨을 쉬고 있다.


몇 달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울다가 잠들고,

깨면 또 같은 천장을 바라봤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날 내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지금은 둘 다 편했을까.


이 일기가 끝나면

뭔가 달라질까.


아니면

그날과 똑같이 멈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