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삭정이
세월을
뚝뚝 분질러 던져도
바람밖에 타지 않는다
나무가 제 높이를 무너뜨려 피워올린 불꽃처럼
새는 날개 밑에 층층이 석양을 쌓아올린다

죽은 자의 이름으로 당도해도
죽지 않는 바람,
오늘은 남포에서 조개를 굽는다
딱딱한 껍질이 묵은 허물을 달궈
어둠 속 환하게 열 때

한 장씩 석양을 달고 익어가는 얼굴들
언젠가 재가 걸어나왔을
가마 속을 들여다본다 거기,
일어섰다 무너지는 바다, 갈빗대처럼
차례로 밀물치는 파도
활활타는 저곳에서
이교도의 계명이 쓰인다
눈먼 자만이 날개를 달리라
처음 불 앞에 선 것처럼
가장 환한 곳부터 까맣게 타
서둘러 캄캄해지는 먼눈으로

장님의 걸음만이 바다를 건너리니
죽은 자의 이름으로 당도하는
이곳 바람의 화장터,
어디에서 저물어도
밤은 허물밖에 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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