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의 과제가

문 앞에 오래 서 있다


지금은

답하지 않아도 된다


문을 잠그고

침대에 몸을 눕힌 채

천장의 희미한 결을

한동안 바라보아도 좋다


학점과 취업

결혼과 육아


타인의 문장들이

너의 생을 뒤덮도록

허락하지 말 것


아무것도 되지 못할까 밤을 지새우게 한,

그 막연한 두려움은


너가 그 삶을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주는 증거이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공백이 아니다


지친 정신이

호흡을 고르고

흩어진 생각들을

조용히 가라앉히는

짧은 유예


그러다 어느 날


천장을 바라보는 일이

문득 지루해지고


창밖을 지나가는 구름이

이유 없이 궁금해질 때


그때


너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단 한 걸음


조용히

내딛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