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가 밤마다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카페인 음료를 마실때면 늘 잔소리를 하며 날 째려보곤 했다.
"또 마시는거야? 카페인 너무 마시면 안된다고?"
술,카페인 음료, 날 깨워주는것들. 지독하리만큼 현실에서 멀어진 나를 일깨워주는것이라 생각했다.
뭐, 실제로도 그렇지만. 아무튼 술은 그녀와 약속하면서 끊었고, 밤에 소설을 집필하며 집중이 필요할때마다 카페인 음료를 집어들곤 했으니까.
나는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상처난 나를 보듬어주는 누나, 아니 어쩌면 어머니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술을 끊겠다고 말했을때도 날아갈듯 기뻐하며 방방 뛰던 그녀의 모습도 기억난다. 정신과를 다니고, 약을 먹고, 우울해지는 내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했던 그녀의 모습도 기억난다.
새벽 3시가 되어서도, 자고 있는 그녀를 껴안고 중얼거리면 아무 짜증없이 되받아줬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꽤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사랑했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아, 커뮤니티에선 나같은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더라.
...멘헤라
그래. 그런거다. 좋은말로 나는 꽤 멘헤라고, 나쁜말로는 쓰레기다.
가끔 소설 연재료를 받아왔을땐 아무말도 하지않고, 치킨먹자고, 네가 사는거냐고 쿡쿡거리던 모습도 기억난다.
그런 날에도 돈은 언제나 그녀가 냈다. 나는 그녀에게 해준것이 없다. 칭얼거리고, 달라붙고, 언제나 매달리고 기대기만 했을뿐.
언젠가는 한번, 이런얘기를 한적이 있다.
"넌 있는 그대로도 좋으니까.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건지, 그때도 지금도 알수가 없다.
정말로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는것이였을까, 아니면 날 그저 위로해주려는 말이었을까.
위로, 그래 위로도 참 그녀에게 많이 받았다. 내가 해준것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잘때 춥다고 껴안아 끌어안고, 연재료가 안들어와서 돈이 부족한 날이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
“다음에 갚아.”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결국 전부 갚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내가 짜증을 내는 날이면 아무말 없이 옆에 앉아 휴대폰을 보거나, Tv를 켜놓고 있거나. 그저 묵묵히 들어주며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 침묵에 기대며 살고있었던 걸까.
그녀는 내가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꽤 좋아했다.
정확히는 좋아한다기보단 그냥 믿어주었던거 같다.
"잘 쓰네~"
라며 머리를 쓰담어주던 누나같은 손길은 따뜻했었는데.
가끔은 소설을 보며 아픈 미소로 "꼭 너 같네." 라고 웃어주던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었는데.
그 말이 칭찬이든, 위로든, 단순한 감상이었든, 상관없다. 그때 날 바라보던 그녀는 예뻤으니까.
그녀가 떠나던 날은 비도 안오고 햇볕이 쨍쨍한 날이었다.
원래였다면 산책이라도 나가자고 그랬을텐데,
그날따라 아무말없이 현관문앞에 서선,
"나 갈게."
라고 말하곤 나갔다.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나갔다.
아니, 사실 나는 그때 자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부스럭 거리며 이불속에서 몸을 움직일뿐이었다.
난 정말 쓰레기같은 인간이야.
그녀는 나를 사랑했어. 나도 그녀를 사랑했어.
적어도 그때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어.
그런데 떠나갔어.
아니.
정말? 그녀는 나를 사랑했어?
나를 동정한건? 아니면 나에게서 그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었을지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난 정말 진짜 구제불능 쓰레기다.
잠이온다.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는 강박에 카페인 음료를 들고 책상에 앉는다.
"아. "
더 이상 카페인 음료 안마시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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