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선 게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첫키스가 언제였는지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 날도
사랑을 받고 싶어지기 시작한 날도
지금 와서 찾기엔
너무 많은 날들이 지나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려 하면
그냥 담배를 하나 피운다.
연기를 길게 뱉으면
걱정도 조금은 같이 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랬다.
집사 카페에서 알게 된 남자에게
용돈을 거의 다 털렸다.
처음에는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예쁘다고도 했다.
그래서 조금씩 돈을 빌려줬다.
조금만 더 있으면
자기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뜸해졌다.
돈이 떨어진 뒤부터였다.
사람이 그렇게 단순해 보일 수가 있구나
싶었다.
사랑을 그리쉅게 다를수잇구나
그러려니한척하며 그냥 홍대 공원에 앉아
휴대폰으로 커뮤니티를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이 보였다.
배달 헬멧을 옆에 두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외모가 특별히 잘생긴 것도 아니었고
옷도 그냥 평범했다.
아니사실 투박해서
무신사 인기순위에 있는 옷을
골라 입은 느낌도 아니었다.
헌팅포차에서
몇 살인지
몇 시에 왔는지
누구랑 왔는지
그런 질문을
습관처럼 할 것 같은 얼굴도 아니었다.
그냥
배달하다가 아주 잠깐 쉬는 사람 같았다.
묘하게 슬픈 눈빛을 한사람.
묘하게 아버지가 생각나는사람
아마 그 사람은
하루에 몇 시간 안 되는 시간 동안
정해진 콜을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트위터 메이저 지뢰계 여자들이나
틱톡에서 춤추는 여자들에게
추근덕거릴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에게 돈을 받을얼굴이아니였다.
그냥 뭔가 무지할정도로 우직 해보였으니 말이다.
그 점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평소라면
있는지도 몰랐을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쉽게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
예쁘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 사람 쪽이
차라리 더
진짜 같아 보여서
그래서
그 사람에게 가서 말했다.
“담배 하나 줄래요.”
그 사람은
잠깐 나를 보더니
말없이 담배를 하나 던져줬다.
빌려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던져준 느낌이었다.
나는 그걸 입에 물고
라이터를 몇 번 튕겼다.
불이 잘 붙지 않았다.
그래서 습관처럼 욕이 먼저 나왔다.
“아 씨.”
그 사람이
조금 웃는 것 같았다.
나는 연기를 길게 뱉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위아래로 한 번 봤다.
꼭 중고차 고르듯이.
그 사람은
멘솔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멘솔을 피우는 사람은
대체로 착하다고.
사실핑계인걸 알고있다
그냥이사람이 궁금해진것
뿐이니말이다
시원한 것만 조금 더한 느낌이기에
그래서 물어봤다.
“오빠.”
그 사람이 대답했다.
“예.”
나는 헬멧을 보며 물었다.
“오토바이 타요?”
그 사람은
말 대신 주머니에서 키를 꺼냈다.
손가락에 걸고
빙빙 돌렸다.
딱 봐도
새 오토바이는 아니었다.
열쇠고리에 달린 플라스틱이
좀 닳아 있었다.
그래서 또 물었다.
“비 와도 타요?”
그 사람은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먹고 살려면 타야죠.”
그 말이
묘하게 웃겼다.
먹고 살려고 타는 오토바이라.
요즘 내가 보던 남자들은
먹고 살려고 움직이는 사람이라기보다
먹고 살게 해줄 사람을 찾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갑자기
말이 나왔다.
“그럼 나 태워줘요.”
그 사람은
담배를 한 번 빨았다.
거절할 줄 알았다.
대부분은 그렇다.
모르는 여자가 갑자기 오토바이 태워달라 하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이다.
수상하게 보거나
귀찮아하거나.
그런데 그 사람은
조용히 웃으며 물었다.
“어디 가게요.”
그래서 나는 말했다.
“몰라요.”
잠깐 생각하다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냥 달려요.”
그 사람 얼굴이
잠깐 이상해졌다.
그래도 결국
근처에있던 지쿠 헬멧 하나를 던져줬다.
“꽉 잡아요.”
왜인지 묻고 싶었는데
이미 그 사람은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물었다.
“왜요?”
그 사람이 말했다.
“나 브레이크 잘 안 잡거든.”
배기음소리가
갑자기 크게 울렸다.
아크라포빅.
이름은 나중에 알았다.
그때는 그냥
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머플러였다.
나는 헬멧을 대충 눌러 쓰고
뒤에 올라탔다.
시트가 조금 젖어 있었다.
비가 막 그친 뒤라
공기가 차가웠다.
그리고
오토바이가 움직였다.
처음엔 조금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갈 때
나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 허리를 잡았다.
생각보다
마른 허리였다.
그래서 좀더 꽉잡았다
코너를 하나 돌자
조금 더 세게 잡게 됐다.
그래서 물었다.
“오빠.”
“예.”
“안 죽어요 우리?”
사실은 조금 무서웠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아마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확실한 말이 아니라서.
요즘 사람들은 뭐든 너무 쉽게 확신한다.
사랑도
미래도
영원도.
그런데 대부분 거짓말이었다.
그래서
“아마요” 같은 말이
차라리 더 진짜 같았다.
홍대 큰길로 나오자 오토바이가 조금 빨라졌다.
비에 젖은 도로가 가로등 빛을 받아
싸구려 거울처럼 반짝였다.
나는 헬멧 안에서 눈을 조금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 집에 들어가면
또 휴대폰을 보게 될 것이다.
읽지 않은 메시지.
보낸 돈.
그리고
답장 없는 대화창.
그래서 그냥 말했다.
“나 오늘 집 가기 싫어요.”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배고파요?”
나는 잠깐 멈췄다가
대답했다.
“…조금.”
오토바이가 방향을 틀었다.
어딘가 배달하러 자주 가던 길처럼 보였다.
그 사람 등 뒤에서나는 조금 웃었다.
오늘 처음 본 남자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비에 젖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오토바이가 한 번 더 엑셀을 열었다.
아크라포빅 소리가젖은 도로 위로 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이 내 인생에서
꽤 귀찮은 사랑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도 조금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그 확신은 생각보다 별것 아닌 순간에 생겼으니
24시간 국밥집에서 그 사람이 웃으면서
내 볼에 붙은 밥풀을 떼어줬을 때주는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참 웃겨서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어버렸더니 .
그 사람도 따라 웃었습니다..
좋다
이모 난 순대국밥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