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윤하준이었다.

스물셋.


교회에서는 꽤 유명한 청년이었을지도..

나쁜 의미로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주일마다 빠지지 않고 예배에 나오고,

청년부 찬양팀에서 기타를 치고,

성경 구절을 이상할 정도로 잘 외웠으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참 바르게 컸다."

"올바르다"

라고 지껄이곤 했다.


그 말은 대체로

사람을 칭찬하는 문장이지만

가끔은 묘하게 불쾌하다.


특히

그 말이


"얘는 괜찮다."

"얘는 착해."


라는 확인 도장처럼 찍힐 때 그러듯이 말이다.


하준의 어머니는

그 도장을 누구보다 열심히 찍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아주 열심인 신자였다.


열심이라는 말은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머니의 열심은

기도의 시간으로 측정되었다.


새벽기도.

금요철야.

수요예배.

주일예배.


그리고

집에서의 기도.


식사 전 기도는 물론이고

식사 후 감사기도까지 했다.

그 기도들은

대체로 비슷한 내용이었다.


“우리 아들이 믿음 안에서 바르게 살게 해주세요.”


이 문장은

거의 매일 등장했다.


하준은 그 문장을

수백 번은 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따뜻한 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문장은

조금 다른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마치

목에 걸린 목줄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당기면

분명히 움직이는 어떠한 것


어머니는

하준의 친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민수라는 친구를 싫어했다.

민수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의 부모도 교회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사람이었다.


“그 애랑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라.”


어머니는 여러 번 말했을터이니 당연한 일이다.


사람을 멀리하라고 할수록

그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는 법이다.


민수와 하준은

밤마다 편의점 앞에서 이야기를 했다.


민수는 대단한 철학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오히려 아주 평범하고 불쾌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야.”


“응.”


“너 진짜로 하나님 목소리 들어본 적 있어?”


하준은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


민수는 웃었다.


비웃는 웃음은 아니었다.


그냥

궁금한 사람의 웃음이었다.


“난 말이야.”


민수가 말했다.


“신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


“근데 있으면 좀 이상하지 않냐.”


“왜?”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걸 다 보고 있다는 거잖아.”


그 말은

이상하게도


하준의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어머니는

그런 대화를 모른 채

계속 기도했다.


어느 날 밤

어머니는 하준의 방 문을 열었다.

문을 노크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원래

노크를 잘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준아.”


“응.”


“민수라는 애.”


“응.”


“걔랑은 조금 거리를 두자.”


하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믿음 없는 친구는 사람을 흔드는법이야.”


그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문장이었다.


설교였는지

기도였는지

성경공부였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문장은 어딘가에서 복사된 느낌이었다.

며칠 뒤 사고가 났다.


큰 사고는 아니었다.

뉴스에 나올 종류도 아니었다.


그날 밤 하준과 민수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벼운 빗방울이었다.


하지만

젖은 도로는

생각보다 미끄럽다.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오토바이는

생각보다 쉽게 넘어졌다.

소리는 컸다.


금속이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


그리고

잠깐의 정적.


민수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하준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팔에 조금 긁힌 정도였다.

하지만 그날 밤

하준은 아주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사고 때문은 아니었다.

사고 직후


그는

아주 자동적인 생각을 했다.


“하나님.”


그 생각은 너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마치 습관처럼.

그리고 중독처럼


그런데 그 다음 순간

이상한 생각이 뒤따라왔다.


그럼 사고로 죽은 사람들은

지켜주지 않은 걸까.


그 생각은 그다지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떠오른 생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신발 속에 들어간 작은 모래처럼.

젖은 벽지 안쪽에서 곰팡이가 퍼지는 것처럼.


걸을 때마다 조금씩 느껴진다.

드러날 때까지 드러나지 않는 법이니


그날 이후 하준은

기도를 조금 더 열심히 했다.


사람은 불안할수록

확신을 더 세게 붙잡는법이다.


하지만 확신이라는 것은

젖은 비누 같은 것이다.

힘을 줄수록 더 쉽게 미끄러질테니


그리하여 어느 순간

하준은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이 믿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건 조금 더 불쾌한 종류의 일이었다.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자기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사랑은  

회를다니는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았을 뿐이다.


마치 오래된 집에서 벽지를 뜯어냈는데

그 아래에

또 다른 벽지가

겹겹이 붙어 있는 것처럼.


그는

어느 것이 자기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