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특별할 것이 없다.
어디서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평범한 이름이다.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이름이라는 것은 대개 그 사람을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사람의 삶이 이름을 뒤늦게 설명하는 법이니까.
나는 스물여섯 살이고, 태어날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흔히들 말하는 모태신앙이라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일어나 교회로 향했고, 성경 구절 몇 개쯤은 별 노력 없이도 외울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를 두고 대개 이렇게 말한다.
“착하게 자랐겠네.”
실제로도 나는 착한 아이였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나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였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꽤 빨리 배웠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방 말을 끝까지 듣는 척하는 것.
이런 것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어른들은 대부분 그런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괜찮은 애”라고 판단하고 넘어간다.
내가 그걸 빨리 배운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릴 때 우리 집 거실 식탁은
이상하게도 늘 조용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시끄러워지곤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투가 조금씩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의 말을 끊기 시작했다.
그럴 때 나는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곤 했다.
어린애라서 싸움의 내용을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한 가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른들은 감정이 올라가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냥 조용히 앉아 있는 것. 괜히 무슨 말을 꺼냈다가 분위기가 나에게 쏠리면 더 불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식탁에서 말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대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네”라고 짧게 대답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게 꽤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사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고,
누군가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상황을 극도로 피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순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싸우지 않고도 이익을 챙기는
방법을 조금 빨리 배웠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런 걸 보통 눈치라고 부르지만,
내가 보기엔 그저 겁 많은 사람의
생존 방식에 가까우니
우리 집은 겉으로 보면 평범한 가정이다.
아버지는 직장인이고, 어머니는 집안일을 오래 해왔다. 누나가 하나 있다.
세 살 차이다.
가족 구성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이 전혀 없다. 하지만 집이라는 곳은 늘 그렇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안에서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다르다.
어머니는 나를 상당히 과보호하며 키웠다.
내가 넘어질 것 같으면 먼저 손을 잡았고,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미리 막았다.
덕분에 나는 큰 사고 없이 자랐다.
동시에 세상을 직접 부딪혀보는
경험도 많이 하지 못했으니
그 대신 나는 사람의 눈치를 읽는 법을 먼저 배웠다. 누가 화가 나 있는지, 언제 말을 꺼내야 하는지, 언제 조용히 있어야 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좀 더 단단해지길 바랐다.
그래서 가끔은 어머니와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대부분은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싸움은 이상하게도
늘 나와 관련된 이야기로 흘러갔다.
어머니는 나를 보호하려 했고,
아버지는 나를 세상에 던져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대화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방 문을 닫고 이어폰을 끼는 역할을 맡았다.
누나는 나와 꽤 다른 사람이다.
예전에는 그냥 평범한 누나였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회 문제나 정치 이야기 같은 것을 자주 했고,
특히 여성 문제에
대해서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이야기들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느꼈다.
누나는 세상을 싸워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었고,
나는 가능한 한 세상과
싸우지 않고 사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꽤 평범한 사람처럼 들릴 것이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본다. 조용하고, 예의 바르고,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 대개는 “성격 괜찮다”는 말을 듣는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조차도 아직 잘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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