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을 설명하려 든다.
그리고 나는 꽤 오래 전부터
그 겉모습을 유지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였다.
우리 집에는 오래된 컴퓨터가 한 대 있었다.
CRT 모니터였고, 켜면 “띠이익” 하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는 그 컴퓨터로 가끔 인터넷 뉴스를 봤고,
나는 그 옆에 앉아 화면을 구경하곤 했다.
처음에는 게임 공략을 찾다가
인터넷이라는 곳을 조금씩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게시판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그냥 사람들이 짧은 글을 쓰고,
그 밑에 다른 사람들이 말을 붙이는 공간이었다.
말투는 거칠었고,
농담은 대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기에는 학교에서 보던 세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있었으니.
사람들은 거기서 아무 말이나 했다.
욕도 했고, 비웃기도 했고, 어떤 때는 굉장히 냉소적인 농담도 했다
나는 그걸 한참 동안 읽었다.
꽤 큰 충격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늘 같은 말을 들었다.
“착하게 말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런 규칙이 없었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조금 무서웠고, 조금 어지러웠다.
그런데 동시에 묘하게 속이 시원했다.
마치 교실 창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한 번에 밀려 들어온 것처럼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구경만 했다.
사람들이 서로를 놀리고, 싸우고,
또 갑자기 웃기기도 하는 걸 읽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곳의 사람들은 현실에서 보던 어른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 하나.
그곳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 익명성은 어린 나에게 꽤 미묘한 감각을 줬다.
현실에서는 늘 조심해야 했던 말들이, 거기에서는 그냥 흘러다니고 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나는 그 사이트를 더 자주 보게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 세상이 조금 바뀐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서열이 생기고
말투 하나에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운동을 잘했고
누군가는 싸움을 잘했고
누군가는 공부를 잘했다.
나는 그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싸움을 잘하지도 않았고,
공부로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눈에 띄는 재능도 없었다.
대신 나는 눈에 띄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여전히 조용한 아이였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조금 달랐다.
나는 점점 글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말투,
농담 방식, 어떤 글이 추천을
받는지 같은 것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항상 누군가를 분석하고,
누군가를 비웃고,
세상을 설명하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상하게도 그런 글들을
읽으면 기분이 조금 가벼워졌다.
왜냐하면
그 글들은 늘 같은 결론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멍청하며,
대부분의 문제는 그 멍청함에서 나온다는 식이었다.
그 논리는 묘하게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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