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내려놓고 잠깐 생각했다.

오늘 내가 한 일이라고는
일어나서 출근하고
욕 한 번 참고
퇴근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 사 온 것뿐이었다.

별일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갔고
지하철은 여전히 붐볐고
뉴스에서는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 떠들었다.


나는 그냥
월세 내고
밥 먹고
가끔 술 마시고
내일 또 출근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는
내 인생이 뭔가 될 줄 알았다.

대단한 건 아니어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빛나는 무언가일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우리는 대부분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퇴근길 가로등 아래를
묵묵히 지나가는 사람이다.

그래도 이상하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늘도
욕 한 번 참고
일 한 번 더 했고
누군가에게
피해는 안 주고 살았으니까.


생각해보면
대단한 삶은 아니어도

망한 삶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휴대폰을 끄고
잠깐 창밖을 본다.

가로등이 켜져 있다.


어제도 켜져 있었고
내일도 켜질 것이다.

그리고 그 불빛 아래로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집에 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그냥

이 하루를
조금 덜 망치면서
버티라고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내일도
출근은 해야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