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길이었다.
지하철 창문에 내 얼굴이 비쳤다.
피곤해 보였다.
이상하게도 그 얼굴이
아버지 얼굴이랑 조금 닮아 있었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왜 그렇게 말이 없는지
왜 맨날 피곤한 얼굴로 앉아 있는지
잘 몰랐다.
그냥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퇴근하면 말이 별로 없다.
괜히 TV만 켜놓고
핸드폰만 만지다가
시간을 보낸다.
오늘 하루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그냥 뭐… 똑같지.”
이 말밖에 안 나온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버지도 그랬던 것 같다.
“오늘 어땠어?”
“그냥… 뭐 똑같지.”
그 말 뒤에 뭐가 있었는지는
그때는 몰랐다.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별일 없었다는 말은
사실 별일이 많았다는 뜻일테니
참을 것도 있었고
넘어갈 것도 있었고
말하면 괜히 피곤해질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냥
“똑같지.”
라고 말할터이다.
지하철이 역에 멈췄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나도 따라 내리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버지도
이렇게 하루를 버티고
집에 왔을까.
말하지 않았을 뿐
똑같이 피곤했을까.
집에 가면
아버지한테
별 얘기 아니어도
한 번 물어봐야겠다.
“아버지.”
“예전에 퇴근하면…”
“많이 피곤했어요?”
아마 아버지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뭐… 똑같지.”
어렸을 땐 힘든 일이 있으면 가족에게 말하고 투정도 부리게 되었는데.. 지금은 걱정할까봐 다 괜찮다고 다 좋다고 말하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