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똥이라는 게 참 단순한 물건이었습니다.
싸고 나면 물을 내리고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나니
이상하게도
똥이라는 것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칸막이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옆 칸에서도 누군가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얼굴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저 사람도
오늘 하루가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침에 알람을 끄고 일어나
억지로 씻고
억지로 출근하고
억지로 웃고
그리고 지금
여기 앉아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똥이라는 것은 참 정직한 것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아무리 멋있는 말을 해도
결국은 하루에 한 번쯤
조용히 화장실에 들어와
몸 안에 쌓인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돈 많은 사람도
잘생긴 사람도
성공한 사람도
다 똑같이
바지 내리고
앉아 있습니다.
가끔은
그게 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세상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 같아도
결국
사람 몸은
다 비슷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 말입니다.
변기 물을 내리면
그것은 금방 사라집니다.
방금 전까지
몸 안에 있던 것이
소용돌이를 한 번 돌고
어딘가로 흘러갑니다.
가끔은
그 모습이
사람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붙잡고 있던 것들
분노
자존심
창피함
후회 같은 것들도
어쩌면
어딘가에서 잠깐
몸 안에 머물다가
결국은
내려보내야 하는 것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변기 물이 한 번 더 울렸습니다.
옆 칸 사람이
먼저 나갔습니다.
저도
천천히 일어나
물을 내렸습니다.
소용돌이가 한 번 돌고
조용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오늘 하루도
딱 그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멋진 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막혀 있던 것 하나는
조금 내려보낸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괜히
손을 씻고 나오는 길에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난 역시 똥통인듯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