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새벽이었습니다.

편의점 불빛이 유난히 밝았습니다.
주변은 거의 다 어두웠습니다.

괜히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사서
밖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졌습니다.

편의점 화장실은 고장이라고 써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골목 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습니다.

전봇대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전봇대 밑에는 항상
사람들이 오줌을 눕니다.


어릴 때는 그게 참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살다 보면
참는 게 많아집니다.


회사에서도 참고
집에서도 참고
괜히 말 꺼냈다가 피곤해질까 봐 또 참고


웃어야 할 때 웃고
고개 끄덕여야 할 때 끄덕이고

그러다 보면
몸 어딘가에
뭔가가 계속 쌓입니다.


오줌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참을 만합니다.

조금 지나면
신경이 쓰입니다.

더 지나면
걸을 때마다
생각이 납니다.


결국
어딘가에서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전봇대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지퍼를 내리고
잠깐 서 있었습니다.

따뜻한 김이
차가운 공기 속으로 올라갔습니다.


겨울 밤에는
오줌도 김이 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사는 것도
저거랑 비슷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참고
또 참고

괜찮은 척하다가

결국
어딘가에서
조용히 풀어버리는 것.


누가 보지도 않는
어두운 골목 같은 곳에서

아무 말 없이
내려놓는 것.

오줌 줄기가 멈췄습니다.


저는 잠깐 더 서 있다가
지퍼를 올렸습니다.

전봇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오늘도 여러 사람이
거기서 오줌을 눴을 것입니다.

그래도
전봇대는 그냥 서 있습니다.


비를 맞고
눈을 맞고

또 누군가의
급한 밤을 받아주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사람 인생도
가끔은 저렇습니다.

멋있게 풀리는 날보다


그냥

조용한 골목에서
참았던 것 하나
겨우 내려놓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