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었습니다.

코가 자꾸 말랐습니다.

그래서 괜히
손가락이 코로 올라갔습니다.

코딱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어릴 때는
코딱지라는 게 참 대단한 물건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몰래 파다가
선생님이 돌아보면
급하게 책상 밑에 숨기고

친구랑 서로
누가 더 큰 걸 파냈는지
괜히 자랑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때는 그게
참 중요한 일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입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나니까
코딱지가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코딱지라는 것은
몸이 하루 종일 살아 있었다는
증거 같은 것이었습니다.


먼지를 마셨고
바람을 맞았고
어딘가를 걸어 다녔다는 흔적이었습니다.


사람이 가만히 방 안에만 있으면
코딱지도 별로 생기지 않습니다.

밖을 돌아다니고
지하철을 타고
공기를 들이마시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야

코 안에
그 작은 덩어리가 생깁니다.


그래서 가끔
코딱지를 하나 꺼내서 보면

묘하게
오늘 하루가 조금 보입니다.

지하철 먼지
거리 바람
겨울 공기

그런 것들이
조금씩 섞여 있습니다.

나는 그걸 손가락에 붙여 놓고
잠깐 보고 있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작은 덩어리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 인생도
저거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하루하루 쌓인
먼지 같은 것들이
조금씩 굳어 있는 것.


그래서 가끔
코딱지를 하나 파내면

묘하게
속이 시원해집니다.


아마 사람 마음도
가끔은

그렇게

쓸데없이 쌓인 것들을
조용히 하나씩

파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결국
그 코딱지를

엄지와 검지로 튕겨서
창밖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별것 아닌 물건이었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가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