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태신앙이었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교회를 다니기로 정해진 사람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눈이 덜 떠진 상태로 교회에 갔습니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여름이면 수련회를 갔고

겨울이면 또 수련회를 갔습니다.


기도를 배웠습니다.

찬양을 배웠습니다.

죄를 배웠습니다.


사람은 죄인이라는 말을

꽤 어릴 때부터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나는 자주 미안했습니다.


누구에게인지도 모르면서

가끔 미안했습니다.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수련회 마지막 날

다 같이 눈을 감고 기도를 했습니다.

강사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지금 하나님이 너희를 부르고 있다.”

주변에서

누군가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손을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눈을 떴습니다.

사람들이 울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걸 한참 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지.”

그 생각이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눈을 감고

억지로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혹시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건 아닐까.

그 생각을 한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건 교회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생각을

몇 년 동안 안 하려고 했습니다.


대학교에 가서도

가끔 교회를 갔습니다.

찬양을 부르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도를 할 때마다

말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날도 집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습관처럼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눈을 떴습니다.


방 안은 그대로였습니다.

책상도 그대로였고

형광등도 그대로였고

창문도 그대로였습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누군가와 대화를 한 게 아니라


혼자 말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 생각을 하고 나니까

이상하게도


조금 무서웠고

조금 슬펐고


조금 편했습니다.


나는 그날 이후로

교회를 안 갔습니다.


부모님은 가끔 묻습니다.


“요즘 교회는 안 가니?”


나는 그냥 말합니다.


“바빠서요.”


거짓말입니다.


사실은


더 이상


눈을 감고


아무도 없는 쪽을 향해


말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