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거중기가 움직이다 내가 보는 창문 앞에서 멈춰섰다.


거대하다. 거중기는 가는 철골을 집어들고서는 땅아래에다가 박았다. 아래를 보니 이미 철심이 수도 없이 박혀있었다. 그것은 울타리에 가까운 생김새였을텐데도. 왜 나는 벌써 웅장하게 솟아오른 건물이 보이는지. 거중기는 나의 창문을 떠나 돌아섰다. 그럴때면 장난감처럼 작아보였다. 어릴적에 투시라는 개념을 배웠는데. 선생님은 멀리있는 것은 작게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그리라는 당연한 말을 몇시간이고 가르치셨다. 나는 상식을 돈주고 배워야하는 스스로가 비참하였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정말 놀라운 말이다.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거중기가 다시 철골을 집어들고서는 나의 창문 앞으로 다가왔다. 원시인이 처음으로 코끼리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서 떨리는 손길로 조심스레 쓰다듬는 것처럼. 나도 어느새 창문 바로 앞까지 다다른 거중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리가 뽀득뽀득거리며 소리를 내고서 이슬이 닦인 곳에 물방울이 흐르렀다. 아, 너는 울고 있구나. 거중기는 가냘픈 목소리를 내며 울고있었구나. 이리온. 이리온. 나는 거중기를 매마른 손으로 쓰다듬었다. 태양이 날아와 나의 살갗을 태우고. 찬 바람이 불어와 유리를 얼렸다. 그 순간 유리창이 깨졌다. 나는 떨어졌고 철골에 박혔다. 거중기는 나를  등지며 돌아섰고. 다시 가는 철골을 집어들었다. 그럴때면 거중기는 정말로 장난감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