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41분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나는 앉아 있었다
의자는 한쪽 다리가 짧아서
몸을 조금만 움직이면
기울었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았다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캔이 세 개 꽂혀 있었다
하나는 반쯤 찌그러졌고
하나는 입구에 걸려 있었고
마지막 하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걸 한 번 발로 밀었다
조금 굴렀다
다시 밀었다
조금 더 멀어졌다
세 번째는
힘을 줬는데
옆으로 넘어졌다
…이상하게도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다시 주워서
같은 자리에 세웠다
손에 맥주 냄새가 묻었다
티셔츠에 닦았다
이미 얼룩이 두 개 있었는데
세 번째가 생겼다
괜찮았다
아니, 상관없었다
편의점 안에서
알바가 계산기를 두 번 두드렸다
손님은 없었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까
들어갔다가 나왔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손잡이가 차가웠다
결국 아무것도 안 사고 나왔다
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지갑에
오천 원짜리 한 장이 접혀 있었다
펴볼까 하다가
그대로 놔뒀다
괜히 펴면
쓸 것 같아서
…웃기지
쓸 돈을
아껴서 뭐 하냐고
근데
아껴두면
내일도 똑같이 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더 편했다
편의점 유리문에
내 얼굴이 비쳤다
조금 가까이 가서 봤다
눈 밑이 어두웠다
손으로 한 번 문질렀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래서 두 번 더 문질렀다
세 번째는
손을 멈췄다
괜히 티 날까 봐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또 기울었다
이번에는 일부러
더 기울게 앉았다
균형 맞추려고
몸을 비틀었다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조금 어지러웠다
좋았다
아니, 정확히는
덜 심심했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잠금 화면을 켰다
알림이 없었다
한 번 더 켰다
그래도 없었다
세 번째는
화면을 오래 봤다
내 얼굴이 더 선명하게 비쳤다
그래서 다시 껐다
굳이 볼 필요 없으니까
옆에 누가 앉을까 싶어서
의자를 한 번 더 밀었다
공간을 만들었다
아무도 안 왔다
다시 원래대로 돌려놨다
괜히 넓어 보이면
더 티 날 것 같아서
시간을 봤다
2시 47분
6분이 지났다
아까랑 똑같았다
나는 손톱을 물었다
짧은 걸 또 물었다
두 번째 손가락도 물었다
세 번째는
입에 넣었다가 뺐다
피 나면 귀찮으니까
그때
편의점 문이 열렸다
딸랑 소리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들어왔다
후드 눌러쓴 애였다
나보다 어린 것 같았다
그 애는 바로 냉장고로 갔다
문을 열고
한참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있었다
그 애는 맥주를 하나 꺼냈다
잠깐 멈췄다
다시 넣었다
다른 걸 꺼냈다
결국 아무것도 안 사고 나왔다
나랑 똑같았다
그 애가 나를 한 번 봤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괜히 마주치면
뭔가 들킬 것 같아서
그 애는 그냥 지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다시 쓰레기통을 봤다
캔이 세 개 그대로 있었다
하나를 또 발로 찼다
이번엔 더 세게
멀리 굴러갔다
…이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대로 놔뒀다
주워오지 않았다
손을 털었다
냄새가 남아 있었다
시간을 다시 봤다
2시 53분
나는 일어났다
의자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조금 흔들렸다가 멈췄다
편의점 문 앞까지 갔다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웠다
잠깐 잡고 있었다
들어갈까 생각했다
맥주 하나
삼각김밥 하나
그 정도는 살 수 있었다
…아니
굳이
그래서 문을 놓았다
뒤돌아서 걸었다
세 걸음
다섯 걸음
열 걸음
뒤를 안 돌아봤다
돌아보면
다시 갈 것 같아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로등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켜져 있었고
하나는 깜빡였다
나는 깜빡이는 쪽으로 걸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덜 밝아서
바닥을 보면서 걸었다
껌 자국이 하나 더 있었다
아까랑 비슷했다
이번엔 안 찼다
그냥 지나갔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오천 원이 그대로 있었다
접힌 채로
그대로 놔뒀다
펴지지 않게
계속 접힌 채로 있도록
…그게 나 같아서
펼치면
쓸 데가 생길 것 같아서
그래서
안 폈다
지금도 안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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