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안 나오는데

누가 계속 박수 치고 있었다


지하 술집 문 앞에서

신발 밑창을 두 번 털고 들어갔다

세 번째는 안 털었다

이미 더러워서


계단 아래로 내려가니까

천장에 붙은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맥주 냄새가 먼저 내려와 있었다


나는 입구 옆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세 장을 꺼냈다

접힌 자국을 펴다가

다시 접었다


“독서실 간다”

문자 보낸 시간이 8시 12분이었다

지금은 9시 47분

손목시계를 두 번 확인했다


카운터에서 소주 두 병을 받았다

병 입구에 물기가 묻어 있었다

손바닥으로 닦고

다시 쥐었다


첫 잔은 바로 비웠다

두 번째 잔은 천천히

세 번째 잔은

누가 채워줬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잔만 앞으로 밀었다

또 채워졌다


테이블 위에 휴대폰이 울렸다

진동이 두 번

멈췄다가

다시 두 번


화면을 뒤집어 놓았다

다시 울렸다

이번엔 세 번


나는 병뚜껑을 따서

잔에 넘치게 부었다

흘러내린 소주가 손등을 적셨다


옆자리에서 웃는 소리가 났다

누가 내 어깨를 한 번 쳤다

나는 웃는 척을 했다

입만 움직였다


잔을 비웠다

또 비웠다

또 비웠다


아직 멀쩡하다고 생각했는데

젓가락이 두 번 떨어졌다


나는 허리를 숙여

젓가락을 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바닥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손이 더러워 보여서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화면이 보였다

“엄마” 두 글자


나는 손으로 화면을 눌렀다

진동이 멈췄다


잔을 들어 올렸다

비어 있었다


누군가 채워주기를 기다렸다

아무도 안 채워줬다


그래서 내가 채웠다

넘치게


잔을 입에 붙이고

다 마시지 않고

잠깐 멈췄다


생각해보니까

여기서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다


아니,

내가 말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다시 마셨다


어차피 집에 가면

이름으로 불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