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다 지고 나서 겨울 찾아 책읽고 자빠졌네.
미친놈이 따로 없다.
남들은 꽃이 피네, 바람이 부드럽네, 하며
봄 옷을 꺼내 옷장 거울 앞에서 대보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먼지 뒤덮인 두꺼운 책 속
지나버린 겨울을 뒤적이고 있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본다.
없는 봄을 지내느니 무슨 소용이냐.
난 그저 기후위기 속 길어지는 겨울과 여름을
미리 대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봄과 가을이 짧아질 수록 마음 속 춘예도
점점 옅어져 가니깐...
춘예라는 알량한 감정마저도
그저 일장춘몽인 허상일 뿐이라고...
자질구레한 변명을 혼자 중얼거려 본다.
겨울보다, 여름보다,
봄에 관한 노래는 왜이리 많은지 참.
어쩌면 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서
사람들이 붙잡아 보려고 만든 사심일지도?
꽃봉오리 피는 게 대수냐?
벛꽃 만개한 가로수길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냐?
괜히 심술이 난다.
봄이 좋은 게 아니라,
봄을 같이 보낸 사람이 좋았던 거면서...
달력은 분명 봄을 가르키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말이다
꼭 달력 넘어가듯 넘어가는 건 아니라서,
나는 아직 겨울에 매여있다.
그거 아냐?
계절은 지나가면 끝이지만
기억 속의 계절은 끝이 없어.
마음만 먹으면 한여름에도
겨울을 꺼내 앉을 수 있고,
한겨울에도 봄날 하나쯤은 꺼내 볼 수 있어.
겨울이 없어도 지나친 겨울의 기억을 꺼내면
사람은 언제든지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사뭇 추워지던 날 너와의 추억때문에...
오늘도 지난 계절을, 아니 너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겨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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