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764>

개울

계절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이곳
개울에 발을 담그면 그제야 죽은 물고기들이 보입니다
산 새들을 키우기 위해 죽은 물고기들을 완성한 곳
바람을 키우기 위해 낙엽들을 개울가로 몰아낸 이 자리

저는 그 바람 곁에 서서 흩날리는 촛불처럼
두터운 주황 불길은 어디에도 닿지 못했지만
가녀린 연기로는 어디든 갈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어디로든요

개울이 가끔 불렀던 바람의 노래를 기억합니다
발을 담갔던 물길 속에서 길러온 얕은 파동
물에 떨어진 돌들은 항상 같은 잔잔함으로 일컬어지고
불완전한 파동이 금세 하루를 앞질러 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물속에 던져놓은 동전을 벗 삼아
돈을 한두 푼씩 모으기 시작합니다
세월이 가득 차고 봄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바위를 모두 들쳐 인사를 건네고 저는 내려갑니다

몇 푼 되지 않는 모인 돈으로
등산화를 사서 신고 다시 산을 오릅니다
더는 개울에 머무르지 않을 것을 나는 알고
개울은 모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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