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꽃이라는 감정을 꺾어본 적 있는가 春이라는 격정을 겪어본적 있는가
쓴놈:ㅇㅈㅎ 1062..(소설에 대한 비난이든 비평이든 뭐든 해주세요.간절합니다.)
전날 비가 내렸다. 그리 많이 내리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산 없이 나가기엔 또 애매한, 그런 비가 내렸다.
수분을 머금은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는 새벽에, 그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성큼성큼 부엌으로 향했다.
우중충한 날씨가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원래에 이 시간대라면 조금 푸르스름해진 하늘의 새벽 백야를 볼 수 있다.
하나 그는 이 어둡고 칙칙한 적막의 분위기가 좋다.
너무 따사로운 날씨는 그녀를 생각하게 한다.
그가 부엌에서 커피를 탄 후 조금 울적해진 기분으로 소파에 앉는다.
그는 새까만 티브이화면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티브이 속에 자신이 아닌 그녀가 비추어 보인다.
그가 헛웃음을 짓는다.
그녀 또한 헛웃음을 짓는다.
신기하구나. 그녀의 웃음이 얼마 만인가.
그는 그녀의 웃음을 보기 위해 크게 웃어 보인다.
고요한 공기가 그의 목청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 파도처럼 요동친다.
그는 이내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반쯤 남은 커피를 두고 화장실로 걸어간다.
화장실의 스위치를 누른다.
백열등의 하얀빛을 버티지 못한 그의 눈이 이내 살짝 오므라진다.
슬리퍼 사이사이엔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아 생긴 곰팡이 때가 빼곡히 보인다.
눈을 감은 채 거울에 머리를 처박는다.
평소와 다르게 유독 둔탁하고 아프다.
그 둔탁한 쾅 소리와 함께 옅은 무기력이 그의 혈류에서 흐른다.
이내 한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눈을 뜬다.
그의 앞엔 그녀가 있다.
그는 정신 이상 증세를 겪고 있지 않았다.
정말로 거울 속엔 그녀가 있다.
그리움에 대한 서정적인 표현이 아니라 어제까지만 해도 잘 보이던 거울 속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대신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생각보다 침착하다.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거울 속 그녀 또한 그러한 표정을 짓는다.
병원에 가봐야겠다.
ㆍ
ㆍ
ㆍ
꽃에 비유하자면 민들레 같은 날씨였다.
바람은 잘 익은 민들레 씨앗이 날아나기 딱 좋은 풍속과 풍량을 지녔고, 햇살은 흡사 덜 익은 민들레를 닮았다.
비 오던 새벽과는 사뭇 다른 날씨의 오전이다.
주말이라 병원은 이른 시간에 문을 닫기에 오전 중으로 나왔다.
요새 가뜩이나 답답한 마음에 비염까지 겹쳐 코까지 꽉 막혀버렸다.
덜 익은 민들레의 빛을 받은 아스팔트 도로가 거울처럼 반짝인다.
이어폰 속에서 검정치마의 antifreeze가 흘러나온다.
첫 번째 건널목의 신호를 기다린다.
병원까지 걸어가는 데는 총 3개의 신호등을 지나쳐야 한다.
멍하니 서선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중, 초록불이 깜빡거리며 숫자를 줄여간다.
9초 정도 남았을 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총총거리며 도로를 가로질러 간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늘하던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가슴골까지 땀이 차선 기분 나쁜 찐득함이 느껴진다.
아직 4월인데 이렇게 더워도 되나 싶다.
일기예보를 잘 보지 않기에, 날씨에 맞지 않은 복장을 입고 와버렸다.
외투를 벗고선 옷깃을 잡아 바람을 일으켜 본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체력이 많이 쇠약해졌다.
최근에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다행인가 싶다.
날도 좋은데 잠깐 산책하는 기분도 난다.
은은하게 쌓여있던 남색의 적막함에 민들레의 노란빛이 섞여선 조금은 푸릇한 초록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두 번째 신호를 기다린다. 오던 중 아는 사람을 마주쳐 인사할까 했으나, 나를 보지 못한 듯해 그냥 지나쳤다.
소형 경차와 외제 차가 차례로 지나간다. 신호가 바뀐 찰나, 아크라포빅 한 대가 쌩하고 지나간다.
뭐가 그리 성급할까, 속으로 조금 째려보며 건널목을 건넌다.
흰 줄, 검은 줄, 흰 줄, 검은 줄이 반복되는 패턴이 은근히 모던하고 세련되었다고, 나름의 미적 감각으로 평가해 본다.
하나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표면이 나름의 감점 사유가 되어 A에 가까운 B라는 점수를 받는다.
혼자 신호등 평가질이나 하는 자신을 보며 속으론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오늘따라 이 유난히 따듯하고 밝은 날씨가 기분이 좋다.
보도블록 사이로 하얀 민들레 한송이가 보이자, 냉큼 다가가선, 툭 하고 꺾어본다. 그리곤 후 하고 불어 본다.
바람에 실려 흩날리는 민들레의 자식들을 보며 내심 흐뭇해진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살짝 모자라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본다.
갑자기 꺾인 민들레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나 사실 이 민들레도 이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을까.
제 자식들 위해 제 한 몸 기꺼이 희생되길 바라지 않았을까.
갑자기 서정적이고도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자 나름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자주 가는 빵집을 지나치고 그 근처 슈퍼마켓에서 지인을 만나 인사를 나누다가 저번 주까지만 해도 있던 붕어빵 트럭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이내 세 번째 신호등을 마주친다.
덥다, 자전거를 타고 올 걸 후회한다.
4월이 맞나, 스마트폰 날짜를 재차 확인한다. 이러다 내일 지구가 불에 타면 어쩌지 생각한다.
나는 걱정이 많은 편이다. 특히 죽음과 멸망에 대한 걱정이 많다.
터무니없이 긴 시간의 우주론적 멸망 또한 나한텐 은은한 공포로 다가온다.
쓸데없는 걱정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신호에 맞춰 자동차들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인다.
그리곤 내가 움직일 차례가 다가온다.
ㆍ
ㆍ
다섯 걸음 정도 앞으로 다가갔을 때, 무언가 내 옆으로 접촉했다.
그것은 둔탁하고도 투박했고, 차가웠다.
차츰 지상과의 거리보다도 잘 익은 민들레와의 거리에 가까워졌다.
내 모습은 흡사 민들레 씨앗 같았다.
나는 민들레 씨앗처럼 허공에서 나풀댔다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엄마 민들레처럼 내 척추가 꺾였다.
다시는 걷지 못할까, 다시는 움직이지 못할까, 아니면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다시는 그이를 만나지 못할까.
이내 태양에서 멀어지며 바닥에 나뒹군다.
청각은 살아있어 관절이 갈라지는 소리와 자신의 신체가 바닥에 굴러가는 소리가 잔인하게 들려온다.
ㆍ
ㆍ
그날 그녀의 세상은 멸망했다.
그녀의 아담한 체구는 그리 거대한 트럭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녀를 죽인 것은 우주론적 멸망에 비해서,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작은 존재였으나 그녀는 그 존재보다도 더욱 왜소한 인간이었다. 향년 27세. 그녀는 그렇게 죽었다.
꺾인 민들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ㆍ
ㆍ
ㆍ
너는 뭐가 그리 급하기에 마침표를 그리 이른 나이에 찍었을까. 생각하며 호명되기를 기다린다. 떠난 지 어언 2년이 지났다.
이맘때쯤, 그러니까 4월에 죽었다.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작은 일 하나에도 행복해하던. 조금만 슬픈 영화를 봐도 눈시울이 붉어지던 그런 사람.
너는 지켜주고 싶은 여자였고, 보호받고 싶은 여자였다. 그렇기에 우리의 인연은 연인으로 이어졌고 그 두 연인은 영원을 바랐으나, 그 둘이 바라던 영원이 세상에겐 너무나도 길었나 보다.
대기 화면 속 다른 사람들의 이름이 차츰 사라지며 자신의 이름이 위로 올라간다.
정신과는 이상한 곳이 아니라는 주의이다.
단순히 정신과에 간다고 해서 창피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그 시선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주의이다.
하나 막상 오니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건 더욱이 어쩔 수가 없다.
너라면 어땠을까. 너라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을까. 애초에 너라면 이런 곳에 올 일도 없었을까. 나를 잊은 지 오래였을까. 나도 네가 이렇게 가물가물한데.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밝고 아담했던. 민들레 같은 사람. 후 하고 조금만 상처를 줘도 날아날 듯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조심히 다뤘고 섬세하고도 따듯하게 얼러 만져줬다.
하나 세상은 너를 그리 보듬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넌 오래 살지 못했다.
차가웠던 내 삶이 네 덕에 점차 따스해졌으나, 네가 사라지자 얼어붙었고, 결론적으로 멈춰버렸다.
검정치마의 antifreeze가 생각난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다.
세상이 얼어붙어도 함께 있을 것 같은 우리였으니까, 바닷속의 모래까지 녹일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였으니까, 하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마침내 내 이름이 맨 상단으로 올라갔다. 마치 무미건조한 환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 영혼 없는 어조의 기계음이 나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댄다. 이전보다 한결 침착해진 마음으로 터벅터벅 진료실을 향해 걸어간다.
문을 열고선 마주 보는 원장을 보며 생각한다.
저 사람도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겪어본 적 있을까.
'무슨 일로 오셨나요?'
ㆍ
ㆍ
ㆍ
상담 결과는 예상외로 정상이었다. 원장이 거울을 보여줬는데 내 모습이 내 모습으로 보였다.
문뜩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오는 길에 다시 거울을 본 적이 없었다. 일시적인 환각 증세라는 진단서를 받고 1층까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밀폐된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있는다는 것이 싫어 엘리베이터보단 계단을 애용하는 편이다.
회색빛 대리석 계단은 담배 연기에 젖어. 더욱이 탁한 색을 띠고 있었다.
한 칸씩 천천히 내려가며 원장의 질문을 곱씹어 본다.
'이별보단 사별이 더욱 괴로운 편이죠. 아직 그이를 잊지 못하신 건가요?'
어제의 나를 보기 위해 기억의 태엽을 돌려본다.
파노라마를 보듯 한 장면,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무난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타인의 농담에는 조금 무미건조하더라도 분명하게 웃음을 지어보았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면 평범한 일상을 보내왔다. 그녀가 나의 일상에 어제까지도 지장을 끼쳤는가를 질문한다면 내 대답은 '아니요.'에 가까운 '보통이다'이다. 이따금 네가 생각나면 우울에 빠지곤 했지만 점차 나아졌다.
단지 희로애락에 무뎌지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사라졌을 뿐이었다.
너를 잃고 난 직후, 3 개월 정도는 울기만 했다.
집안에선 쉰내가 났고 안 그래도 마른 몸은 피부와 뼈가 하나가 된 것처럼 앙상해졌다.
해가 떠 있는 날엔 커튼을 치곤 이불을 뒤집어썼다.
자기 전에도 울고, 꿈에서도 울고, 일어나서도 울었다. 마치 세상 모든 수분이 내 눈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이도 울어댔다.
홍수가 나서 집이 떠내려갈 듯 통곡했다.
하루는 정신병자처럼 마구 소리를 지르며 통곡했다. 너의 죽음이 죽음보다 아프게 다가왔다.
조금 촉촉해진 눈시울을 훔친 채 약국으로 들어갔다.
약사는 남자 두 명이었다. 둘이 키 차이가 꽤 나 보이는데, 작은 사람의 흰 가운이 조금 얼룩져 보인다. 약국의 흰 조명은 그 미묘한 얼룩의 차이도 망설임 없이 들어냈다.
진단서를 제출하곤 약을 받아낸다. 주절주절 약사의 설명을 들으며 기계적으로, '네, 네' 의미 없는 대답을 보낸다.
버튼을 누르자 자동문이 미끄러지듯 쓱 소리를 내고, 밖과 안을 연결하는 틈새가 만들어진다.
비가 와서 그런가 어제에 비해 공기가 서늘하다.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비가 올까 걱정한다. 이내 빠른 걸음으로 집까지 걸어간다.
ㆍ
ㆍ
새로 생긴 버스 정류장 옆, 고여있는 빗물을 바라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빗물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흙 위에 고여진 빗물이라 물빛이 탁하다. 하나 풀 내음이 썩 나쁘지 않다.
그리도 자세히 바라보았으나 너는 없었다.
왜일까.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마음 한편의 기대가 함축된다.
갑자기 등장한 네가 내심 반가웠나 보다.
사실 오래전부터 심장 한편에 빗물이 고여있었다. 그 빗물 속엔 내가 아닌 네가 존재했다.
저 흙 위에 고인 빗물처럼 물은 탁했고, 음습했다. 그래서 네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아침, 그 빗물에 다시 물이 채워졌다.
그래서 물이 다시 맑아졌나 보다.
그렇기에 네가 다시 보인 건가 보다.
하나 증발량보다 채워지는 양이 더 많아서, 내 심장은 터질 듯이 팽창하며 무거워진다.
이러다 펑 하고 터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때 피부에 톡 하며, 축축하고도 조금은 촉촉한 감각이 느껴진다. 이내 그 감각은 산더미처럼 불어나 나의 모든 표면을 적신다.
그의 조금 붉어진 눈시울이 비에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또렷이 빛나고 있었다.
ㆍ
ㆍ
ㆍ
집안에 들어오자, 탁자 위 반쯤 남겨진 커피가 보인다.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남색 조명 빛이 집안 전체를 감돈다. 축축해진 양말을 내던지곤, 나체의 몸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몸이 미미하게 진동하며 서늘해진다. 정말이지 울적한 하루구나, 속으로 생각한다.
자연스레 샤워부스로 향하려던 찰나,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본다.
나체인 네가 보인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눈을 깜빡이곤 다시 봐도.
왜 내가 옷을 벗었다고 너까지 나체인가.
왜 우리 집 거울에서만 네가 존재하는 것인가. 너의 아담하지만, 볼록한 가슴에, 한 폭의 사인처럼, 한 작품의 마무리처럼, 툭 하고 찍힌 점은 도대체 어떻게 구현된 것인가.
그녀 또한 당황하긴 매한가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네가 거울 속에서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이 내 머릿속을 감돈다.
번뜩 그러한 생각이 들자, 황급히 거실로 나가선 포스트잇과 볼펜을 찾는다. 그리곤 그곳에 그녀의 이름을 적는다. 다시 거울로 가서 비춰본다.
그녀 또한 나와 똑같이 행동했다.
하나, 딱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거울 속 종이엔 너의 이름이 아닌 나의 이름이 거꾸로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옹기종기한 너의 글씨체로.
너와 손을 맞대어 본다.
흠칫 놀라 살짝 뒤로 물러나지만 이내 다시 접촉해 본다.
따듯한 촉감이 느껴진다.
이내 깎지를 끼려 하지만 완벽히 똑같은 서로의 행동이 그것을 방해한다.
그는 힘을 주어 그녀를 밀어내본다.
그녀 또한 똑같이 힘을 주어 나를 밀어낸다.
누가 더 강하달 것 없이 균등한 힘이 서로에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된 우리 둘은 서로의 입술을 가져다 대어 본다.
너의 검붉은 살결이 느껴지자, 거울의 경계가 차츰 사라져 간다.
ㆍ
ㆍ
ㆍ
그녀는 그이를 보았다. 그이는 생전, 가뜩이나 수척했던 외형에 더욱이 적막해진 모습을 띠고 있었다. 미세하게나마 세상을 채워가던 그이는 그 미세함마저 상실해 버린 듯, 보다 야위어보였다.
그의 날렵한 눈매는 여전히 매서웠으나 왜인지 모를 푸근함은 여전했다.
생전 그이와 나의 키 차이는 꽤 많이 났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거울 속 그이의 키는 나와 비슷해 보였다. 마치 나에게 보이기 위해 짜맞추어진 것처럼.
그녀가 거울에 머리를 처박는다
아아 이건 망상이구나.
하여, 나는 아직 나의 노르슴한 순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저 아득히도 먼 퍼렇고도 퍼런 그 애상을 갈망하는구나.
과연 어디까지 나아가야 하는가.
과거와 현재의 상처를 조여오는 절경을. 나는 어디까지 봐야 하는가.
나의 상처의 소독약이 언제서부터 이리 절박했을까.
그이는 지금의 나에게 한 겨울 민들레 같은 재앙이다.
하나, 지금 한 송이의 민들레가. 나라는 겨울 속에서, 나의 심장 속에서 비로소 피어난다.
그녀는 그이를 잊지 못하여 한동안은 정신병동에서 생활했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들어간 것이었다. 조금은 꺼림칙한 기분이 감돌았으나, 생전 그이가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이 그리 무서워할 필요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곳이라 말했기에 용기를 낸 것이었다.
들어가자 하얀 침대에 하얀 배경이 그녀를 반겼다. 스마트폰과 같이 밖과 연결되는 모든 매개체는 사라진 상태였다.
나를 보며 활짝 웃고 있는 환자 하나가 보였다.
숨기는 것 없는 그의 웃음은 가식이 아니다.
그곳은 순수한 인간들만의 집합소였다.
본연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뚜렷한 희로애락 없이 비로소 순수를 이루는 장소였다.
하나 그곳의 일원들은 그들의 진정을 바랐다.
하나 그들과 그녀는 그 진정을 바라지 않았다.
본연의 순수를 마음껏 표출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약을 먹지 않았다.
혀 아래로 약을 밀어 넣곤 간호사에게 아 하고, 약이 사라지는 마술을 부렸다.
혹시라도 삼켰을 땐 일부러 구역질까지 하며 게워 내려 했다.
그녀는 그들을 향해 울어댔다. 그들을 향해 원망했다. 그들이 원망받을 이유는 없었으나, 자신이 그들 원망하지 못할 이유 또한 없었다.
그들의 하얀 복장은 더럽혀지라고 있는 것이었다. 순수함에 들어온 이물질을 감당하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다.
그 순백의 공간은 그 순수한 인간들이, 삶이라는 팔레트 위에서 물들여지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도화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순된 발상을 했다.
순수를 지우고 그것을 마구 덧칠하려 들었다.
약이라는 물감 상자를 들이밀었다.
그녀는 결국 약을 먹었다. 밖으로 나가서 더욱이 순수한 공간을 찾기 위해.
자신이 뿌린 민들레 한송이를 보기 위해.
적막한 새벽에, 거울 속 그이를 본 그녀는 곧바로 외출했다. 하늘의 민들레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맨발이었다. 그이에게서 도망치려는 듯, 그녀는 너무나 절박하게, 허둥지둥, 질퍽한 흙길을 뛰어갔다.
그이가 죽은 후, 운동이라곤 정신과에서 한 테니스밖에 없었던 그녀의 숨이 점차 가빠졌다.
팔을 마구 휘둘러본다.
바람에 저항한다. 날아가고 싶지 않다.
민들레 씨앗이 되고 싶지 않다.
그녀의 아가미가 점차 떨려온다.
쫄딱 젖었다. 물에 빠진 생쥐보다 비참해 보인다. 거울에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감지 않아 엉겨 붙은 머리가 빗물에 씻겨 나가 마구 헝클어졌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맨발로 다니는 나를 본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붉어질 힘도 없는 그녀의 눈시울이 헝클어진 머리카락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ㆍ
ㆍ
ㆍ
커뮤니티는 처음입니다.인스타에서 아크라포빅을 보고 달려왔습니다.
아직 미완성인 단편소설입니다. 이 정도의 두 배 정도의 분량이 남았습니다.
지금 시험기간인데 어제저녁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쓴 결과입니다.
염치없지만 소설가가 꿈인 고1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과 제 글을 비교하면 솔직히 형편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그런 두려움을 가지다 보니 시는 끄적여 본적은 많았으나 이렇게 긴 글을 써본 적은 거의 이번이 처음입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저로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습니다.
쓸데없이 감성만 충만해선 난잡한 이 글을 많이 비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소설책